아름다운 들꽃이야기

[스크랩] 복수초를 기다리는 마음들

수병재 2007. 3. 26. 13:39
 


복수초(2005 이규현)

아침 세탁기 돌려 빨래를 널려는데 코끝이 쌔~한게 아직도 추위가 덜 풀린듯 합니다. 이런 날씨에 꽃이 피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오늘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꽃을 보러가보려 합니다.
불갑산쪽에 바람꽃 보러가자는 어떤 분의 초청을 뒤로 하고 전 담양에 사시는 햇봄님네 뒷뜨락의 꽃밭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집에만 쳐박혀 컴퓨터 겜만 하는 아들녀석들 대동하고서 봄의 전령사로 이 겨울 환한 미소를 던져주는 복수초를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도 모처럼만의 나들이인지라 처음엔 그저 끌려가는 듯한 마음인가 싶더니 어느 새 상큼한 자연의 품이 좋기만 한것 같습니다. 큰 애는 베낭을 메고 작은 애는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멥니다. 모처럼 저도 아들을 둔 아빠로서 기쁨을 맛봅니다. 애들이 벌써 이렇게 커서 짐을 하나씩 챙겨들고 함께 하니 든든한 마음입니다.

차에서 내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야~호 하는 소리들립니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는 사람있구나 하며 저윽이 불안한 느낌들 가지고 가는데 아뿔사 우리 담양사람 식구들이네요. 오랜만에 밥풀님 신김치님도 뵙고 첨 뵙는 강태공님, 검은별님 만나서 인사도 나눴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그분들도 함께 봄을 알리는 꽃을 찾아 여기 오신겁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거란걸 새삼 느끼며 함께 올라갑니다.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제가 여길 공개하면 많은 분들이 다녀가실 수 밖에 없는 곳이기에 공개하지 못함을 무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 혼자만의 욕심은 결코 아니고 우리들의 꽃밭을 잘 보전해보고자 하는 취지이니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아래에 소개해드리는 것처럼 이 마을에 사시는 햇봄님의 꽃밭을 아끼는 절절한 마음에 답하기 위함입니다.
가는 길에 햇봄님이 정성들여 쓰셔서 걸어놓은 주의판이 우릴 멈추게 합니다. 꽃밭에 대한 아름다운 애정과 마음들을 한없이 느끼면서 발걸음 하나하나를 조심하고 아이들에게도 당부합니다.

복수초꽃밭 주의 안내판(2005 이규현)

"여기는 복수초 꽃이 피어나는 님들의 마음의 정원입니다. 보는 이외의 목적으로 망가뜨리지 않도록 발길을 길만 따라서 조용,조심 옮기시고 님의 마음에 담으십시오. 이곳 복수초 꽃마을을 길이길이 보존할수 있도록 더 이상 알리는 것도 제발 말아주십시오. "소란, 쓰레기 투기 않기", "꽃밭에서 사진 촬영않기" 님들께 부탁드립니다." (뒷면의 글입니다. 앞면은 보시는 사진과 같습니다)
앞 뒤면에 빼곡히 당부의 말씀을 써 놓은 햇봄님의 따스한 애정을 흠뻑 맛볼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앞엔 야생화연구모임의 회원들이 이미 사진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밥풀님께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저를 비롯한 다른 회원들에게 복수초가 자라고 있는 곳이니 조심하라고 당부하십니다. 그 분들도 우리 야생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인지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이들도 겁먹은 표정으로 발길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혹여나 발길에 복수초가 짓밟힐까 걱정이 앞서는 표정들 속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들 이제 올라와서 꽃피우기 시작하고 있는 복수초의 모습에 모두 탄성을 자아냅니다. 샛노란 복수초는 여러 이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 속에 피는 꽃이기에 눈색이꽃이라고도 하고 얼음새꽃이라고도 합니다.
복수초란 이름을 처음 들으면 무시무시한 복수의 전설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복수초(福壽草)는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랍니다. 이 꽃의 한자가 뜻하듯이 인간의 행복은 부유하게 오래 사는 것이겠지요. 코스모스와 비슷하게 생긴 노란 꽃잎 때문에 '황금의 꽃'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으며, 부유함과 행복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속명: 눈색이꽃, 얼음새꽃, 원일초, 설연화, 측금잔화(생약명)
꽃말:영원한 사랑

이밖에 지방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 지는데 땅 위에 꽃만 불쑥 튀어 나온 것이 인성적이어서 땅꽃, 한자로는 새해(구정)를 시작할 때 피는 꽃이라 하여 원단화라고도 한답니다.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다 하여 설연이란 이름도 있다고 하네요.

길가에 어떤 꽃은 살짝 짓밟혀져 있습니다.

복수초(2005 이규현)

저는 아들에게 이 겨울 저렇게 꽃 피우기 위해서 복수초는 모진 겨울을 준비하여 왔노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봅니다. 그 말의 깊이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겨울에 잎을 피워내는 백양꽃도 모진 추위 속에서 이파리 돋아내어 햇빛 받아 간직한 영양소들을 저장함으로써 늦여름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니 자연 속에서 느끼는 이러한 진리를 애들이 잘 느끼고 간직할수 있길 바랄뿐입니다.

백양꽃의 어린 잎(2005 이규현)

나목(2005 이규현)

나목으로 가득한 골짜기에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한 복수초는 아마도 다음주이면 절정에 이를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너무도 많이 알려져서 훼손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앞섭니다. 함께 잘 지켜나가야겠죠. 이렇게 일찍이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우리의 꽃밭이 훼손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만일 그럴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면 저라도 먼저  그 곳을 아쉽지만 가지 않고 그저 이렇게 먼 발치로만 바라볼수 밖에요.
출처 : 담양사람
글쓴이 : 한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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