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명소 안내
희망찾아 오르는 병풍산의 새해 일출
수병재
2007. 4. 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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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풍산의 일출(2004 이규현) 새날이 밝았습니다. 그렇게도 겨울답지 않은 날씨더니만 갑자기 추워져 이 신새벽 새해 벽두에 눈까지 내렸습니다. 서설이 듬뿍 내린 산길을 걸어올라가는데 새벽이어도 하얀 눈빛으로 인해 후래쉬가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발걸음을 내딛을때마다 닿는 눈길의 감촉이 정겹기만 합니다. 해가 바뀌고 낡은 달력의 마지막 한장이 이제 저 뒤안으로 찢겨져 가고 다시금 새로운 달력이 우리앞에 걸립니다. 일상은 늘 같은 날들이지만 한획을 긋는 이날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겠죠. 바로 그런 새날에 이렇게 서설이 가득 내려 우릴 축복해줍니다. 일기예보로는 일출을 보기 힘들거라 하여 일출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를 하고 다만 2005년의 하루를 함께 맞이하면서 지역의 발전을 기원하고 각 개인들의 행운과 건강을 기리기 위해 대전청년회에서 준비한 이 행사가 벌써 수해째를 맞이하고 있기에 지난해 함께 하지 못했던 미안함과 자신에 대한 자학으로 인해 오늘은 기필코 새벽녘에 집을 나섭니다. 길들은 꽁꽁 얼어붙어 엉금엉금 기어가는 차량들도 있고 아예 아래쪽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올라가는 인파들도 많습니다. 모두 다 정겨운 모습들입니다. 무엇이 우리들을 이리 불러모으는지 그저 산을 향해 아무런 말없이 오르기만 할뿐입니다. 잘 정비된 등산로 덕에 눈길임에도 미끌림이 거의 없습니다. ![]() 아름다운 설화와 노령의 주맥(2004 이규현) ![]() 가는 길에 눈꽃들은 또 우리에게 신선한 아름다움을 안겨줍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자연만이 창작할수 있는 저 아름다움에 그저 감탄사만 나옵니다. 하찮은 우리 인간들이 그걸 짓부수고 파헤치고 생채기를 내어도 자연은 다 보듬어 안고 시간의 흐름속에 모든 걸 회복시켜 냅니다. 그러한 넓은 아량과 포용력의 억분의 일이라도 내가 가질수 있다면...... 동녘에 햇살이 떠오를예정인지 여명이 비추기 시작하여 발걸음은 더욱 빨라집니다. 숨가쁘게 쉬지 않고 올라가는 길에 "새해 건강하십시오", "복많이 받으세요" 서로 주고받는 인사가 정겹습니다. 고된 산행길에 함께하는 서로의 의미들을 이심전심으로 알기에 같은 고민들과 동시대의 아픔들을 함께하고 있다는 무언의 공감들은 낯모르는 사람들을 이렇게 하나의 끈으로 맺어주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열어보면 금새 하나인데 늘 우리는 작은 부분을 못나눠 안타까운 갈등들을 생활속에 품고 삽니다. ![]() 대전면청년회의 해맞이 산신제(2004 이규현) 허위허위 세월과 함께 허공을 부여잡고 올라 온 투구봉 정상엔 이미 제수가 진설되어 있고 대전면청년회장의 초헌례가 시작됩니다. 대전면민의 건강과 발전, 그리고 이 나라의 발전과 청년회원들 모두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고천문 낭독이 있은 후 일동은 경건한 마음으로 재배를 올립니다. 한번은 가족을 위하여 한번은 우리의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하여........... 재배를 하면서 모두들 소원들은 다르겠지만 서로 서로의 소망과 기원들이 꼭 이뤄지길 빕니다. ![]() 병풍산의 아름다운 일출(2004 이규현) 누군가가 동녘하늘에 떠오르는 햇살을 보며 탄성을 자아내자 일제히 눈길들이 동쪽을 향합니다. 모두들 한데 늘어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봅니다. 오늘 보기 힘들거라는 일기예보를 비웃는 듯 햇살은 환하게 떠오릅니다. 빠알간 볼의 새악시처럼 부끄럼 가득 안고서 수줍은듯 떠오르는 햇살과 함께 우리네 새해의 희망도 떠오릅니다. 저 붉은 햇살 속에 따스한 한줌의 햇빛으로 우리 모두에게 다가옵니다. 그러한 순간 함께 기원하는 함성들은 메아리되어 돌아옵니다.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멀리 우리가 사는 마을들이 보입니다. 참 평화로운 광경입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영산강 넘어 무등의 숨결이 몰아오고 끝없이 펼쳐지는 노령의 준령들은 우리네 삶처럼 꿈틀거리며 자신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대숲마을에서 제공한 따뜻한 떡국을 들고 있는 일행들(2004 이규현) 포근한 햇살 보듬고 내려오는 산행길은 오를때의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지게 합니다. 내딛는 발걸음 속에 하나되는 마음들이 대숲마을 이재열 사장님의 협찬으로 함께 나누는 떡국잔치가 됩니다. 추위속에 따뜻한 떡국은 우리의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고 서로 서로 벽을 만들어왔던 그 추운날들의 아픔들을 깨끗이 녹여버립니다. 마음의 장벽들을 허물고 하나되는 아름다운 이 순간. 늘 오늘처럼 이런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