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들꽃이야기

천사들의 합창인가! 새들의 노래인가?

수병재 2007. 4. 3. 11:37

 

 

(2003 이규현)

봄날이 늘 그러하듯 따가운 햇살이 창문을 열자니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우고 닫고 가자니 무덥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든다. 차창밖으로 서서히 엷은 초록의 물결들이 물감을 물에 풀어놓을때 번짐처럼 지그시 번져만가는 숲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자꾸만 뒤로 밀려간다. 저 파스텔 톤의 현란한 색상을 과연 어느 화가가 있어 제대로 표현해낼것인가?

자연은 이토록 심오하게 매년 이렇게 아름다운 색상들을 뽐내며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러한 것들이 그저 나오는 것이 아님을 너희는 아느냐. 모진 겨우살이 속에서 혹독한 담금질 감내하며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희망처럼 들으며 살아 온 날들이 있었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들 나오는 것이니 세상은 그저 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들은 그 과정에 다소의 경중은 있겠지만 어떤 대상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없는 결과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일상의 삶속에서 이런 부분들은 쉬이 잊어버리고 결과만에 집착하며 "왜 나는 안되는것인지? 왜 나만 이러는 것인지?" 때론 자학과 때론 경멸만을 늘어놓는다. 이제 메타세콰이어도 그 기나긴 터널에 연두빛 물감을 약하게 들이고 있다. 버드나무는 진작 초록으로 물들어갔는데 이 녀석은 대단히 더디기만 하다.

언제나처럼 대나무축제 때문에 정신이 없는 날들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야하고 점검도 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기획자체를 재점검하여 고민끝에 폐기처분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도 해야 한다.

늘 회의와 짧은 지식의 한계 속에 머리는 무겁기만 하고 오늘은 그런 머릴 식히려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다. 그저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다가 앉아 쉬고 싶은 곳에 나의 몸을 뉘우고서 푸른 창공의 맑은 구름쳐다보며 잠시 세상을 떠나 있고 싶다.

가자! 아무리 일들이 많을지언정 내가 없다고 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은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이다지 모든 부분에 연연해하며 그 속에 빠져 이렇듯 미움과 증오와 다툼과 번뇌 속에서 헤매이는가.

떠나자 과감하게! 오늘 하루일랑 카메라 메고 아름다운 꽃들과 이야기 하러...... 나의 애마는 주인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처없이 달린다. 한재골너머 골짜기옆에 차를 대고 카메라 삼각대 둘러매고 이젠 몸을 낮춰 이른 봄날 야생화와 이야기 하러간다.

 

오늘은 새소리마저 정겹다. 모든 걸 벗어 놓고 온 탓인가. 마치 "어서와 잘왔어" 하면서 반겨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첨부터 만나는 꽃이 심상치 않다. 새들이 지저귀는 모양처럼 생긴 자주괴불주머니가 눈에 띤다.  조금 더 들어가니 와.....현호색이다. 작년에 저 녀석을 만났을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녀린 몸뚱이에 매달린 수많은 새처럼 먹이를 달라고 지저귀는 제비처럼 짹짹짹 소리를 내고 있는듯 아름답게 서 있다. 

 

 그래..이렇게 맘비우고 나서니 잘 왔다고 날 환영해주는 거겠지. 정말 고맙다. 그런데 현호색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이 꽃은 새들의 지저귐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마치 천사들이 날으며 합창하는것 같기도 하다. 가녀린 날개 펴고 숲속의 어둠 물리치며 모든이들에게 아름다운 음악들려주려 내려와 저렇듯 무리지어 힘찬 합창을 노래하고 있는것이리라.

 천상의 울림이 너무 높고 멀어 잘 들리지 않아 이렇게 직접 우리에게 내려와 "고통의 나날들 견뎌내면 이처럼 아름다운 색상과 모습으로 찬연히 탄생하게 되나니 그대들이여 고통을 두려워 말고 현실에 노여워 말고 당당히 맞서라." 소중한 무언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지 않은가. 천사들의 환상적인 합창을 무료감상하며 병풍산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