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컬럼

마을 자치규약 제정 운동을 전개하자

수병재 2008. 1. 4. 10:27

연말이다. 한 장 남은 달력이 이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매년 반복되어 나타나는 지나온 날들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은 올해도 여전하다. 아니 올핸 유난히도 더욱 큰 거 같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하는 대통령선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있지 못한듯 하다. 하여 정말 재미가 없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정말 신명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 솟아올라야 할 터인데 얼어붙은 경제는 서민들을 더욱 압박하면서 나눔과 섬김의 고귀한 기회들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거 같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도대체 어떤 재미를 안고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은 더욱 깊기만 하고 그러기에 지나 온 시간들에 대한 회한과 반성도 더 크기만 하다. 늘 반복하면서도 하찮은 동물들도 깨닫는 반복학습의 진리를 우리는 언제나 깨달을 수 있을 것인지........

하지만 중앙정치가 썩을대로 썩고 정치인들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두꺼운 철판의 두께가 더욱 깊어질지라도 작은 마을단위에서 귀농과 귀향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곳이 있다. 이제 지역이 희망임을 보여주고 있는 산촌지역에서의 다양한 실험은 우리가 정말 추구해 나가야 할 방향성이 어디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대덕면 운산리(이장 윤영민)는 담양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이다. 그런데 이 곳에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들어오는 이 중에는 아예 귀농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전원의 삶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외지인들이 늘다보니 기존에 마을을 지켜오며 살던 원주민들과의 관계설정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오랜 세월 함께 부대끼며 살아 온 사람들 사이에 문화적 토양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니 이질감이 형성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윤영민 이장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전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마을자치규약을 제정하였다. 이른 바 조선시대 향약(鄕約)이다. 선인들의 지혜를 이어 받아 마을의 자치규약을 제정하고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다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간에 올바른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제정된 이 규약에는 기존의 향약에 생명존중을 추가하고 마을 내에서 일어난 일들은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하며 범죄없는 마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도둑질을 한 자는 100배로 물리고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마을 울력에서 제외시키며 모범이 된 마을주민에게는 포상하는 등 여러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이 주민들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법이나 외부의 다른 힘들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주민 내부의 노력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담양에는 최근 들어 와 더욱 많은 외지인들이 쾌적한 전원형 삶을 바라며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도시의 개인주의적 삶과 소비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도시에서 우리 지역을 찾아 들어 온 사람들은 물론 연고도 있겠지만 담양의 풍광과 주변환경이 좋아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거나 문화예술인들이 매우 많다.

이런 좋은 인적자원이 우리 지역에 들어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역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경치 좋은 곳에 집짓고 들어 와 사는 부러움의 대상 정도로만 그치고 있고 상호 소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새롭게 전원주택을 지어 입주하고 있는 다양한 인적자원들과 마을 주민들간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어야 한다. 주거 공간이 단순히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마을 구성원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의 근원적 공동체 현장이라는 점에서 같은 마을의 구성원으로 보다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