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생산자조직으로 경쟁력을 높인다!
90년대초부터 우루과이라운드를 시작으로 거센 폭풍처럼 몰아쳐 온 개방의 파고는 가냘픈 농민들의 어깨를 무참히 짓누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WTO체제하에서 강요된 개방의 물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농민들의 어깨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간신히 버티어오고 있는 기둥뿌리마저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이런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현 정부는 강도 높은 한미 FTA를 추진하여 아예 우리 농촌, 농업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농민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강력한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미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참여정부의 입장은 강력하기만 하여 농민들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올수록 한데 모여 지혜를 모아 극복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만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모아내어 틈새들을 공략하고 또는 보다 적극적으로 맞대응을 해 나가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 그러한 일들의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무정면에 자리하고 있는 대숲토마토 연합사업단이 바로 그것이다.
설립배경 및 발전과정
이들의 발전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2001년 16명의 농가가 참여하여 무정방울토마토협의회(회장 김재두,55)를 창립하였다. 당시 무정면의 방울토마토 작목반은 수출을 하고 있었지만 수출과정에서 가격 등락폭이 심하고 개별정산 등에 많은 애로를 느끼면서 공동정산을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논란 끝에 뭉쳐야 산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공동정산의 경우 대농가와 우량한 기술력을 가진 농가는 불리한 반면 소농가 등은 이익을 보게 되는 개인적 이해관계 등이 협회 결성을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것은 전적으로 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앞으로 농업의 방향이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력을 갖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거라는 농업의 당면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분석은 임원들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하여 당시 임원을 맡았던 엄정균, 최병언, 공기석 등 지도자들은 수시로 고의적인 비난과 개인적인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화합력과 이해력이 부족한 회원들을 일일이 방문하여 고충을 수렴하고 그 내용을 분류하면서 꾸준한 설득 작업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회원들의 변화가 왔고 조직은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2002년에 춘하추동 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농협중앙회에서 선정한 이달의 작목반 상을 수상하였다. 이 시기엔 무정작목반과 성도작목반 등 2개의 작목반이 참여하여 조직이 결성되었다. 이후 2003년에 농협중앙회에서 무정농협 산지유통전문조직으로 선정하였다. 농민들의 강고한 단합의지를 농협중앙회에서 인정해준 것이다.
2005년에는 담양방울토마토연합사업단(당시 회장 엄정균, 현 회장 최병언)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명실상부한 담양군의 토마토연합조직으로의 발돋움을 시작하였다. 이 결과 수북면, 대전면, 월산면 등의 농가가 함께 참여하였다. 참여농가는 54농가로 대폭 증가하였다. 이와 함께 농협 차원에서는 토마토와 관련해서 무정농협을 주간농협으로 하고 메론은 담양농협을 주간농협으로 딸기는 각 읍면 농협이 각 지역을 맡아 출하, 유통 등을 담당하며 지원하는 체제로 정비되었다.
2006년에는 담양군 유통시설사업확충 대상사업자로 선정되었으며 2006년 5월에 대숲토마토연합사업단 영농조합법인(대표 최병언)을 설립하였다. 또한 전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어 산학협동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는 61명의 농가가 참여하여 연간 재배면적으로는 9만5천평, 실제 재배면적은 7만5천평 정도되는 광활한 면적을 경작하며 연간 매출로는 2006년말 기준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농가당 평균 5,000만원 정도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조직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처럼 전 회원이 열심히 참여하여 성과를 올리게 된 데는 남다른 조직 운영의 기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회원들은 반드시 매월 월례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매월 월례회는 반별모임인데 연합회에서는 식비 등을 지원하며 기타비용은 반별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대숲토마토연합사업단에는 기존의 작목반 개념은 전혀 없다. 사업단의 활성화를 위해 재배형태별, 토양별로 4개의 반을 구성하였다. 재배형태별로는 양액재배와 토양재배, 토양별로는 점질토와 사질토로 구분하였다. 양액재배 1반, 점질토 1반, 사질토 2개반의 4개반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나눠진 반별로 매월 월례회 때 현재 재배작물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와 친환경농자재 사용법, 신품종에 대한 정보 교환 등 영농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주고 받으면서 회원들의 친목과 화합을 다지고 있다.
연합사업단에서는 회원 농가들에게 농협의 지원4500만원 정도와 자체적으로 조성된 기금 2500만원으로 재배지원을 해준다. 이와 함께 담양군으로부터 1억 2천여만원에 해당하는 각종 친환경 농자재 등의 지원을 받아 공급해준다. 이런 과정에서 회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분반별 반장과 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토의하여 사업의 방향과 지원물품 등을 결정한다.
출하와 구매
출하는 주간농협인 무정농협(조합장 김상태)을 통해 하고 있다. 무정농협에서는 유통담당인 라봉주 계장을 전담직원으로 배치하여 지원을 해주고 있다. 농협 군지부에서는 정산담당직원을 지원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
구매는 회원농가들의 의향조사를 거쳐 자재를 신청받아 농협을 통해서 구매한다.
이들의 출하형태 중 특이한 것은 도매시장의 출하가 50% 정도이며 물류와 납품 출하가 5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물류와 납품 출하의 경우 도매시장 출하보다 20%이상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도매시장에서도 조직화되어 있고 물량이 많다보니 함부로 하지 못하고 농가들이 예상한 가격보다 낮다고 생각될 경우 거래처에 가격보전을 요청하면 대부분 수용해준다. 농민들의 강고한 단결력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실적인 애로와 극복 방안
그러나 이들에게도 현실적인 애로가 많다. 무엇보다도 임원들의 업무량이 물리적으로 많다. 늘어만 가는 회원들을 일일이 챙기며 여러 사업구상들은 물론 신규사업의 추진 등에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각자의 농사도 태산만큼 많다. 손발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것이다. 이에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사무관리 요원을 채용하고자 한다. 전문가를 영입하여 제반 사무관리는 물론 확장되어 가는 사업의 규모에 걸맞는 사업계획의 수립과 집행을 비롯한 행정력을 갖춰내는 것이 당면한 일이다.
또한 보다 확고한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소득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규모의 확대와 담양군 전체 토마토재배농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특히 담양읍을 중심으로 한 농가들의 참여를 독려해도 쉽지가 않다. 해당 농협과 농민들간의 이해관계 등이 효율적으로 조정이 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꾸준한 설득과 확실한 실천사례만이 관건이라는 걸 알고 더욱 열심히 뛰고 있다.
향후 비젼
앞으로 담양군의 토마토를 재배하는 전 농가를 조직화해내는 게 최대의 목표이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품목별 생산자 조직으로 경쟁력을 갖춰내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대형유통업체와 연간납품 계약을 추진 중에 있는데 최소 재배면적이 10만평 이상이 되어야 한단다. 7만5천평의 현 재배면적을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규회원을 더 증대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회원 중 확대재배가 가능한 회원들에게 규모확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중하품 출하로 인한 이미지 저하를 막고 보다 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가공산업도 고민하고 있다. 규격외 품목을 어쩔 수 없이 출하하다보니 도리어 그걸 역이용하는 악덕 상인들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연소득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농가로 모든 회원들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들의 꿈은 현실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현재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농가가 6농가라고 한다. 앞으로 평균재배면적이 1300평 정도로 증대되면 20여명 이상이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좁은 선별장에서 속도가 느린 선과기로 땀 흘리며 선과하여 출하에 여념이 없는 회원들의 모습이지만 얼굴빛은 밝기만 하다. 이미 골조가 올라 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300평 규모의 신축중인 선과장이 완공되게 되면 하루 40톤 이상(재배면적 기준으로 13만평 정도)도 거뜬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자동선별기와 소포장기계가 들어오게 된다. 금년에는 35억 정도의 소득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의 자원인 담양군 무형문화재 제1호인 죽산 매구굿과 동강리 마을의 칡넝쿨 줄다리기 등 전통문화와 자원을 활용하고 오례천 등의 자연경관 등을 활용하여 도시민들을 끌어내 지역과 연합사업단을 소개하고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계획도 고민하고 있다.
통상 2월달에는 방울토마토 가격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가격이 좋다며 회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한 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는 하우스 안에는 회원들의 강고한 단결력과 굳은 희망처럼 알알이 영글어 가는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수도 없이 익어가고 있다. 고운 햇살도 따사로운 햇빛으로 이들의 앞날을 환히 밝혀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