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컬럼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수병재 2008. 9. 4. 10:40

 

 

 

 

 

 

 

 

세계인의 스포츠제전인 올림픽이 한창이다. 지난 8월 8일부터 시작하여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라는 주제로 세계 204개국 약 일만오천명이 출전하여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중국에서 개최되면서 여러 냉소적인 비판과 중국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칭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짝퉁의 생산지로 유명한 중국답게 개막식부터 짝퉁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컴퓨터그래픽이었으며 노래를 부르는 어린아이도 얼굴이 예쁘지 않다하여 9살 여자아이의 립싱크로 대신했다 한다. 심지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과 5세 소녀 리무쯔와 피아노 합주도 실제 연주가 아니라 가짜로 의심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역시 ‘중국답다’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짝퉁브랜드 상품들의 생산지가 중국이기 때문에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조차도 짝퉁이 나오는 것이라는 비아냥에 필자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런 짝퉁 논란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역대 올림픽에서 개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렇게 장엄하고 방대하게 보여주었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4대문명의 발상국 중 하나이고 역사적 전통이 오랜 나라이어서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그런 역사와 문명을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과 올림픽 스타디움이라는 공간에서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는 문화적 콘텐츠와 연출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비록 짝퉁이라 할지라도 그런 것들을 종합하여 활용하면서 연출해낼 수 있는 능력이 아무에게서나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의 생각들을 다듬을 필요도 있다.

그런데 이 장엄한 개막식을 창작하고 연출해 낸 사람은 누구일까? 중국의 대표적 영화감독 중의 하나인 장예모 감독을 비롯한 6명이라 한다. 고작 6명밖에 안되는 그들이 약 3만 가량의 연출자와 직원들을 콘트롤하면서 개막식의 장관을 전 세계 40억 인구에게 보여줬다.

1998년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장예모 감독은 국두(1990), 홍등(1991), 귀주이야기(1992), 인생(1994), 집으로 가는 길(1999),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 등에서 봉건 중국과 근대 중국의 충돌을 절묘하게 풀어나가는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예술적으로는 중국적 색채와 동양의 신비주의를 농밀하게 스크린에 담아낸다는 찬사를 받은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는 일찍이 세계적 관광명소인 중국 계림의 양삭지방에서 그 주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을 700여명이나 동원하여 출연시키면서 문화예술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지역활성화와 함께 주민들의 주요한 소득원으로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라는 작품이다.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 공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우리도 중국 못지않게 역사와 문화 전통을 자랑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담양의 경우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과 역량을 극대화해내기 위한 노력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판에 박힌 판소리를 거부하고 항일 독립의 정신을 기리며 만들어 냈던 박동실 선생의 창작판소리는 얼마나 대단한가? 또한 그 누가 뭐라 해도 담양은 가사문학의 본고장이다. 그런 점에서 창작판소리를 현대화해내며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아울러 조선 사림들의 풍류, 문화예술이 찬란히 꽃피었던 16세기 담양의 누정문화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집체극 또는 서사극 같은 것들이 하나 만들어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의 활성화로 실질적인 주민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성들이 만들어질 필요성도 있다.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는 우리가 준비할 때 가능한 것이지 그저 오는 것은 아니다. 물밀듯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욱 담양을 찾을 수 있도록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준비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이 이제 여러 기록들을 세우며 마감되어 가는 즈음 승부의 세계에만 빠져 있을 게 아니라 그 나라와 지역의 자원과 역사를 상품화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도 뭔가를 배워나가며 지역활성화를 위한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