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마을로 화사롭게 피어나는 월산 신계마을의 마을가꾸기
텅 빈 들녘이 희망처럼 푸르름으로 채워져 가고 신록의 물결이 더욱 짙어 가는 6월! 어김없이 진행되는 계절의 진전은 어느덧 여름을 재촉하는 빗줄기로 메말랐던 대지의 모든 생명들에게 갈증을 해결하도록 시원하게 쏟아 붓는다.
바쁜 농사일로 부지깽이도 함께 뛰어다닐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던 농민들은 모처럼 비에 잠간 숨을 돌리며 비가 개인 후에 곧장 고구마순도 놓고 콩도 심을 일에 머리 속에 영농계획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다.
담양읍에서 서북쪽 백양사 가는 길목 국가지원 지방도 15호선의 확포장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심재를 넘어 협곡같은 산간지역에 위치한 월산면 신계마을! 전국에서 가장 맑은 물로 평가되고 있는 상수원인 신계저수지를 끼고 있어 풍광이 수려하며 맑은 공기와 함께 생태적으로 대단히 양호한 지역이다.
담양읍보다도 약간 높은 고지대인데다 산간지역이라 온도 차가 있어 일찍 모내기를 마치고 때맞추어 내리는 비에 반가움을 전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경숙 마을 이장님을 비롯한 꽃차마을추진위원들을 만나보았다.
모내기를 끝내고 피곤할 터인데도 그런 기색이 전혀 없이 웃음이 가득하기만 하다. 타고난 천성 탓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동안 마을가꾸기를 위해 일해 왔던 남다른 노력들이 최근에 들어 와 결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리라.
42가구 89명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신계리는 박산마을과 용산마을로 나뉘어 있다. 현재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분은 의외로 비교적 젊은 여성이다. 더욱이 담양군생활개선회 회장이라는 중책까지 함께 맡으면서 마을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2006년에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되었으며, 2007년 10월에는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와 자매결연을 맺어 도농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고 그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2008년에는 신계마을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었다.
그뿐 아니다. 담양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건강장수마을 컴퓨터 교실도 열어 주민들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고 의식의 변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방송공사(KBS)의 남도지오그래픽이라는 티비 프로그램과 6시 내고향 등에도 출연하여 주민들의 자긍심 고취와 함께 자연스레 마을홍보도 하게 되었다.
이처럼 리더십이 강하고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행복한 마을을 꿈꾸는 사람, 바로 김경숙 이장이다. 마을 이장으로 여성이 선임되자 마침 여성이장 마을사업지원도 오게 되었다. 이 사업으로 부지를 임대하여 꽃차재배단지를 만들게 되었다.
현재 꽃차재배를 위해 감국과 구절초, 홍매화, 꽃사과 등을 심었다. 2,000평 정도에 심어진 꽃들로 차를 만들고 있는 이들은 아직은 매출액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행복을 가꾸어 가며 마을공동체를 이룩해 나가는 과정이 더욱 값지기만 하다.
꽃차밭은 주민 모두가 함께 일손을 맞대어 공동으로 일하며 수익 또한 투명하게 결산하여 마을수입으로 잡고 재투자를 위해 적립하고 있다. 아직은 일천만원 정도의 수입에 그치고 있지만 장수건강마을, 꽃차마을 신계리로 발전시켜낼 든든한 밑천이다.
여러 가지로 애로가 있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믿고 함께 해 주고 있어 무엇보다도 커다란 위안이다. 갈수록 노령화되어 가고 있는 마을이 젊어지고 활기차며 희망을 품을 수 있을 날은 언제일까?
고민들 끝에 다른 지역들은 어떻게 하여 마을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것인지 견학을 가보았다. 2007년 8월에는 산청군 신촌마을과 산청군 남사 예담촌 전통 테마마을, 산청 삼장 대포마을 등을 찾았다. 신계마을보다도 더 산촌지역인 그곳에서도 삶의 희망을 가꿔가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모습이 있었다. 오히려 우리는 그보다 더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마을로 만들기 위한 내부적인 노력이 부족함을 절감했다.
그래서 신계마을이 갖는 장점이 무엇인지 마을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마을사람들과 한데 모여 논의를 한 결과 신계마을은 담양의 상수원인 신계저수지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 풍광이 수려하고, 바로 인근에 전통사찰인 용흥사가 있으며 병풍산 자락의 맑은 계곡물은 수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며 특히 백양사 가는 길목에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독특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 나라 특산 식물 중의 하나인 백양꽃이 자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을 극대화시켜 내기 위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꽃차마을’ 신계리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시 2007년 11월 해남 구절초 체험학습장에 다녀왔고 2008년 7월에는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에 소재한 국화재배단지에 가서 국화재배법과 국화차 법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왔다.
그 결과 ‘담양애(潭陽愛) 꽃차’가 탄생되게 되었다. 현재 30g 한 통에 13,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국화차는 본초강목에서도 그 효능을 인정한다. 그 중 감국과 구절초가 그 효능이 더욱 뛰어나 오랫동안 복용하면 위장을 편안하게 하며 오장을 도우고 사지를 고르게 한다. 감기, 두통, 현기증에도 유효하다. 국화로 술도 담궈 마시며 말린 꽃은 베개 속에 넣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단잠을 잘 수 있어 피로회복에도 아주 좋다. 수험생들이 이런 이유로 국화 꽃베개를 많이 찾는다.
이제 지난 4월 ‘녹색농촌체험마을 꽃차마을 최종보고회 및 체험음식 시식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본격적으로 주민 모두가 행복한 ‘꽃차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올해에는 무엇보다도 지난 해 생화로만 판매했던 구절초를 차로도 만들고 베개속 등에 넣을 재료로도 만들어 소득원을 더 확충하고자 한다. 사실 구절초의 경우 뿌리에서 잎, 꽃에 이르기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중요한 우리의 자원이기에 발품을 더 팔아 여러 가지 법제에 대한 노하우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떻든 탄력이 붙기 시작한 마을발전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방부제를 하나도 첨가하지 않는 ‘친환경웰빙 딸기쨈’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300도의 일정한 온도에서 3시간 정도 끓인 후 설탕이 아닌 한봉 꿀을 넣어 멸균처리한 병에 담아 판매한다. 500g 한 병에 6,000원인데 무방부제 쨈이어서 한번 개봉하면 냉장보관 하여야 하는데 입소문이 나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다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반찬마을 시범화 사업’이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현재 마을에서 재배하고 있는 꽃과 산야초를 이용하여 제조한 효소를 활용하여 장아찌 등의 식품을 만들어 소득을 올려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 지역의 대표적 상징인 대나무의 죽순을 활용한 죽순효소장아찌를 만들어 지역특화사업으로 추진해가고 있다.
그뿐 아니다. 효소된장, 효소고추장, 효소간장 등 다양한 식품들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다.
어떻든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민들의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가 성공의 관건인데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김경숙 이장은 매사를 민주적으로 처리, 운영하고 있다. 특히 꽃차마을의 성공과 정착을 위해 꽃차마을추진위원장에 김현석(54)님이 선임되어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노인회(회장, 박산 조용근(74), 용산 하재풍(80))와 부녀회(회장 김순희(58))에서도 적극 참여하여 마을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꽃차마을은 인터넷에서도 재배, 운영되고 있다. http://cafe.daum.net/jndysingye로 들어가거나 인터넷 포탈사이트 다음에서 ‘꽃차마을’을 쳐도 된다. 2007년 말 전남도 평가에서 최우수카페로 선정된 달뫼골 꽃차마을 카페는 그 명성답게 매일매일 작업하는 광경들을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온다. 마을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품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경숙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노력이 정보화시대를 앞서 나가며 고향의 따스한 정과 푸짐한 인심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신계리 꽃차마을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으로 화사롭게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