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 젊은 이의 죽음을 보고
작은 시골 교회의 연령회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습니다.
시골이라 노인 분들이 많아 연도가 한번 나면 두세 차례 이어집니다. 이른 바 줄초상이 나는거죠
연도가 나면 곧장 달려 가 장례일정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게 되는데
노인 분들이 돌아가시는 경우야 크게 마음의 부담은 없지만 가끔 50~60대의 죽음을 맞을 경우
마음도 아프고 당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이역만리 머나 먼 호주 시드니에서 29세의 젊은 이가 사고로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연도회에서 같이 봉사하고 있는 총무 형님의 하나 뿐인 아들이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아 황당해 하면서도 가슴 아리는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주 화요일부터 어제 장례미사까지 꼬박 11일 동안 매일 연도를 바치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그 청년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이 안되어 휴학을 하면서 워킹비자로 어학연수를 갔었답니다.
호주에 마침 친구도 있어 갔는데
그곳의 이삿짐 센터에서 알바도 하고 그러다 유학생들의 편의를 돌봐주는 회사에서 근무하였답니다.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오면 우선 머무를 숙소부터 먹을거리, 일자리 등을 알선해주는 곳이지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여러 명이 한 방을 쓰도록 하기도 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면서 도움을 주는 회사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쉬는 날인 저번 주 월요일 회사원들과 함께 바닷가에 가 수영을 하고 노는데 일기예보와는 달리
갑자기 큰 파도가 일어 몇 사람이 익사 직전의 상황에까지 갔었는데 구명보트가 곧 출동하여
죽은 친구에게 먼저 접근하고 튜브를 던지려 하자 이 친구는 자기는 수영을 잘 하여 우선 견딜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을 먼저
구조하라고 하자 보트가 급선회하다 이 친구를 치게 되면서 스큐류에 빨려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랍니다.
어떻든 그렇게 자신보다 더 남을 위해 배려하다 유명을 달리 한 그 친구의 삶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봅니다.
취업이 안되어서 졸업을 미루는 일들이 다반사이고 그러다보니 머나 먼 이역만리까지 아이들을 내몰아
이렇게 죽도록 만든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죠.
경쟁만 강조되고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공동체적 삶의 정신은 사라져 버리고....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 줌의 유골로 돌아 온 그 친구는
가슴이 미여지는 부모님들의 품에서 하루를 보낸 후 어제 장례미사를 마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에 뿌려졌습니다.
죽어서라도 경쟁없이 취업이 잘 되는 그런 세상에서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제는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원한다고
애통해하는 교우, 친구,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떠났습니다.
평소 인간관계, 정말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많이 만들고 친구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베풀어라는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들었는지
다행히도 그 친구 덕에 친구들은 동창회를 만들기로 하였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이 서로 모르는 관계도 있었지만
함께 하면서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니
그런 모습 속에 그 친구가 함께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여러 사람들과 통공하는 모습 속에서 늘 함께 부모와 형제와 친구와 우리들과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