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병재 2012. 8. 5. 07:45

유난히 더운 여름날씨다. 생전에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인듯 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결국은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기상이변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결국 자업자득으로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방법외엔 다른 길이 없는 거 같다. 하여 우리는 올 여름 이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콘을 틀지 않고 산다. 그나마 남북으로 통한 창과 문을 통해 들어오는 골짜기 바람이 더위를 간간히 식혀주니 다행이다.

그런데 이 더위를 즐기는 녀석이 있다. 여름꽃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인데 붓을 만드시는 명인께서 지난 5월 분양해 준 새깃유홍초가 소담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피어 더위를 잠시라도 잊게 해준다.

처음 옮겨 심을 때는 명주실보다 더 가늘고 여린 잎에 매우 짧았었는데 두달 사이에 넝쿨이 몇미터씩 번지며 담장을 멋드러지게 장식해주고 있다. 하나 둘 모르는 사이에 살짝 피더니 어느새 지천으로 흐드러진다. 

 

 새깃유홍초는 저렇게 이파리들이 갈라져 서로 마주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넝쿨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아름다움은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볼 때 더욱 선연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렇게 핀 유홍초들은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고 마는 것도 아니라 오후 4시 정도 되면 지고 만다. 고온에서 꽃을 피우는 더위를 잘 견뎌내는 식물인가보다. 달맞이꽃은 온도가 떨어져야 꽃이 피기에 여름밤에 달맞이하며 피는 꽃인데 이 친구는 그와 반대이다.

 나즈막한 담장이 보기 그래서 넝쿨성 식물을 몇가지 심었다. 마삭줄과 더덕도 심었는데 아직 자리를 잡고 뿌리를 더 깊이 내려 넝쿨을 한없이 뻐치려면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그러나 작두콩은 대번에 그 위력을 발휘한다. 원래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아니지만 임진왜란 무렵 들어 온 것으로 알려진 작두콩은 암환자 등이 약으로 사용하는 약용 콩이라 한다.

사실 콩은 우리나라와 만주가 원산지로 우리 식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식물로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가 늘상 먹는 된장, 고추장, 간장, 두부, 콩물국수 등등 많은 음식들이 콩으로 만들어진다. 너무도 흔한 것들은 그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게 다반사이듯 콩 또한 우리에게 있어 그런 식물로 자리잡고 있는 거 같다.

어떻든 작두콩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이렇게 자라주고 작두콩을 맺어주니 고맙기만 하다. 정말 특이하게 길이가 30센티미터 가까이 되는 콩이 열렸다.

내년엔 더 많이 재배해봐야겠다.

암튼 무더운 여름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어주는 식물들을 보며 더위를 이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