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은 중국 3)천계산에 올라 신선이 되다
문자박물관을 견학한 후 우린 버스로 고속도로를 달려 천계산으로 향한다. 끝없는 대평원에는 옥수수가 많이 심어져 있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면 밀을 심는다고 한다.
중국에는 3대평원이 있는데 우리가 지나는 이곳이 화북평원이다. 소위 중원지역으로 불리는 이곳을 장악하면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 광활한 땅에서 생사되는 농산물을 확보하면 막강한 군사력도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워낙 넓고 물의 확보가 어렵다보니 이렇게 밭농사로 연명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정도의 평야라면 커다란 댐을 막아 관개수로를 설치하고 벼농사를 비롯한 이모작을 할 것인데 이 지역은 물이 상당히 부족한 곳이라 한다.
말로만 듣던 독일의 아우토반 같은 고속도로를 2시간 가까이 달린 후 다시 일반도로를 달려 천계산으로 간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대평원을 그렇게 달리다보니 흐린 날씨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드디어 산이 나타나는데 갑자기 평야지대에서 우뚝 솟는 형상이다. 천계산 입구에는 기암괴석들을 전시하여 판매하는 곳들이 매우 많다. 그만큼 좋은 돌들이 많이 나오는 곳인가 보다.
또한 관개용 수로를 건설해 놓았는데 담양댐 간선 수로 이상의 규모다. 깊이가 5미터가 넘고 폭이 3미터 정도 되니 초당 15톤 정도의 물이 흘러가는 대규모 수로다. 그런데 이 수로는 모두 돌로 쌓아서 만들었는데 최단 시일 내 조성된 것으로 유명하여 기네스북에 올랐다 한다.
‘홍기구수로’라 명명된 이 수로건설은 당초 1960년부터 연인원 5만명으로 10개월만에 완성할 계획으로 건설하기 시작하였으나 연인원 10만명이 동원되어 1969년 7월에야 완공되었다 한다. 수로길이는 무려 1500Km나 된다 하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하기 힘들다.
천계산은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관광지로 개발된지 오래 되지 않은 거 같다. 이곳은 현지주민들이 직접 도로를 내고 터널을 뚫으며 개발한 관광지라 한다. 험란한 도로를 달리며 마을을 가꾸기 위해 몸을 바치며 일했던 마을 주민들의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특히 회룡터널에 와서는 거의 까무라칠 지경이다.
@천계산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판. 한글 번역이 기막히다. 대충 알아먹는 수밖에...ㅋㅋ
@아마도 터널공사를 하며 고생했던 주민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터널 입구에 조성해 놓은 듯하다. 저렇게 바위 절벽을 뚫고 주민들의 힘만으로 터널을 냈다니 대단하다.
깎아지를 듯한 천길 낭떠러지 절벽에 터널을 뚫겠다는 생각 자체를 꿈꾸지 못할 거 같은데 이곳 주민들은 발상을 전환하여 터널을 냈다. 정말 대단하다. 굽이굽이 대관령 고갯길 같은 길을 돌아 터널을 지나니 넓은 광장이 나오고 식당이 보인다. 우리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천계산은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오른다. 이윽고 십자령 고개마루에 당도하면 그곳에서 다시 전동차를 갈아타고 운봉화랑을 감상한다.
운봉화랑을 감상하는 코스는 상당한 거리인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수천길 낭떠러지이다. 가는 도중에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와 포토포인트를 설치해 놓았다.
어떤 곳은 철제난간을 길게 내 놓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고, 다른 곳은 절벽에 쇠사다리를 설치하여 내려가는 길을 만들었는데 직사각형태의 절벽마루에 서면 오금이 저릴 정도이다.
@ 맨 먼저 도착하여 전동차로 갈아 타기 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계산 풍경
@전동차로 이동하면서 이렇게 멋진 풍광들을 감상하는데 이를 운봉화랑이라 명하고 있다.
@철제 사다리로 연결해 놓은 절벽. 깊이가 얼마나 될지 짐작이 안될 정도다.
@ 철제난간을 설치하여 운봉화랑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도록 관광객을 위해 배려해 놓았다
@ 협곡을 따라 마을들이 조성되어 있다. 입구만 차단하면 적이 들어 올 곳이 없는 천혜의 요새지 같다.
@절벽을 따라 사다리를 설치하고 저렇게 천길낭떠러지 외딴 절벽에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인원을 제한하여 출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장가계나 계림, 황산과는 완전 다른 풍광이다. 마치 미국 캘리포니아의 그랜드캐넌에 온 느낌이다. 그러나 그랜드캐넌의 경우 침식과정을 거쳐 협곡이 형성되었다면 이곳은 오랜 세월을 거쳐 융기된 지형이라 한다. 또한 그랜드캐넌은 황량한 사막지형이지만 이곳은 그래도 숲이 있어 분위기가 다르다.
운봉화랑을 감상하는데 까마득히 저 아래로 협곡을 따라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다. 드넓은 평원을 놔두고 여기까지 온 그네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혹시 전란 속에서 패배하여 반역자로 찍힌 무리들이 숨어 살았던 것은 아닐까? 아니라면 세상을 등지고 수기치인하며 도를 닦던 도인들이었을까? 이래저래 궁금증은 늘어나는데 절벽 옆 조금만 틈이 나도 밭을 일궈 옥수수 등을 심고 있는 모습에서 인간의 지극한 생존 본능을 느낀다. 아울러 어떤 하나의 정신을 지켜나가기 위해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했던 모습도 그려본다. 바로 지척이면 비옥한 농토, 끝없는 평야지대인데 그걸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세상의 유혹과 싸우며 이겨냈을까?
이러저러한 생각들 가득 담으며 우리는 하늘의 경계에서 내려와 다시 속인이 된다. 시장기 하나 제대로 참아내지 못하며 식당으로 간다. 다행히 이쪽 지역의 음식은 먹을만 하다. 일부러 향채를 주문하여 먹어보기도 한다. 향채를 먹을 줄 알면 거의 중국 음식에 적응이 되는 것인데 가이드가 삼국시대의 영웅인 조조가 극찬했다는 지역 명주라며 두강주를 한병 가지고 온다. 먹어보니 향과 맛이 기막히다.
호텔로 돌아 와 꼬치구이에 소주 한잔 더 기울이니 피로에 지친 여행객의 심신을 풀어준다. 그렇다. 바로 이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