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꾸기의 현장을 찾아서

새해의 희망을 마을에서 시작하자

수병재 2014. 1. 1. 20:42

새해 새날이 밝았다.

천무이일 민무이왕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

어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으랴? 우리들에게서 오만의 극치를 본다. 이젠 보다 겸손해져야 할 때다.

저 낮은 곳으로부터 다시 나를 돌아보자.

오랜 세월 온갖 풍상을 겪고 자라 온 느티나무는 우리에게 뭘 말해주고 있는가!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많은 세밑인데 모처럼 시간이 된다며 동문수학하고 있는 서실 후배분이 가 볼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 한다.

하여 함께 나서게 된 마실길

떠오르는 곳이 대덕면 무월마을이다.

달빛을 어루만지는 곳, 낭만과 서정이 함께 하는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마을.

분지를 이룬 산자락에 자리한 조금은 오지인 듯 독립된 느낌이 드는 지역이다.

창평에서 대덕을 향해 가다 장산리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산자락으로 난 길을 타고 산을 넘으면 넓은 분지가 나타나고 그 분지 안에 좌측은 시목마을, 우측은 무월마을이다.

 

 십여년 전 처음 이 마을을 가 봤을 때는 완전 피폐해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빈집들도 많았고 폐가도 많았다. 그러던 곳이 이렇게 아름답게 정비되고 한옥들도 다수 들어섰으며 곳곳에서 민박을 경영하며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마을 담벼락도 모두 돌담으로 쌓고 회관, 보건진료소 등도 모두 한옥으로 지었다.

 마을이 이렇게 변하게 된 동력은 이 마을에 거주하는 한 예술가 덕분이다. 토우를 구으며 허허공방을 운영하는 송일근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농사도 지으면서 노동을 통한 건강한 정신들이 마을공동체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아이템을 창출해내게 되었다.

단지 돈만을 벌자는 게 목표가 아니라 서로 나누고 섬기는 삶의 공동체를 일궈내는 게 목표였다. 하여 일부러 홍보하지 않고 급격한 마을의 변화를 바라지도 않는다. 느리면서도 소박한 시골의 정서를 잃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송선생의 작품은 유년시절 순수하게 노닐던 세계를 그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소재 또한 볏짚과 논흙이다. 함께 뛰놀면서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즐겁게 놀았던 그 시절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집은 십년이 넘도록 현재도 공사중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 본인이 직접 일을 하는데 이 곳도 당초엔 외양간 같은 용도였으나 작가의 상상력과 타고난 손재주가 겹쳐 아주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어떻든 지난 한 해 비용을 지불하고 공식적으로 민박을 하며 다녀 간 인원이 8,000명이 된다니 대단한 성공이다. 굳이 숫자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성과가 있었기에 전국 농촌체험마을 심사 결과 3위 안에 들었다 한다.

훌륭한 지도자 하나가 이렇게 마을을 바꾸고 농촌을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돌아오는 길 차와 함께 내놓은 아주 맛있었던 곶감이 눈에 아른거리며 나 또한 풍요로운 마음이 된다.

우리 마을에도 저렇듯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삶의 공동체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각오도 다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