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업(2)

수병재 2018. 1. 27. 16:13

2. 작센주의 농업정책담당자와의 대화

독일의 농업정책을 이해하기 위해 작센주 정부의 농촌정책부장 알폰스 웹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농업지원과 농업정책 담당, 보조금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농업정책은 유럽연합에서 거의 정책을 다 결정하는데 독일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기본적으로 농업정책이 결정되면 7년간 시행한다. 또한 한번 결정되면 그 기간 동안에는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새로 바뀌어도 대폭 바뀌는 것은 없다고 하니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 우리와는 완전 다르다.

사진 3> 작센주 농촌정책부장 알폰스 웹이 작센주의 농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청사 앞에서 기념촬영

독일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혜택이 가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우리의 경우 잘 사는 농가에 대해서 더 지원이 되는 실정이지만 독일에서는 균형을 맞추는 보조금 집행방식이라니 온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독일의 정치인과 행정당국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국제교역에 기여하는 것도 하나의 큰 목적이 되는데 유럽연합이 관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한다. 활발한 교역은 서로 필요한 것들과 부족한 것들을 나누는 것이기에 힘의 논리에 의한 밀어붙이기식이 아닌 공정무역 방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이곳의 농업은 가축이 아주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과잉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우유 가격 등이 하락하여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무역장벽(WTO) 때문에 애로가 많다. 현재 약 40% 정도가 잉여농산물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수출하며 이를 처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작센주의 현황을 간단히 보면 인구는 400만이며 그 중 농업인구는 36천 정도이다. 토지는 184ha에 인구밀도는 225/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작센주 전체 면적의 55%가 농지인데 우리의 경우 17%가 농지라고 한다. 100ha 당 먹여 살려야 할 국민의 수는 작센주가 300명 정도인데 비해 한국은 3000명 이상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농업에 대한 대우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전체 농지의 80%가 밭이며 겨울보리, 겨울 밀, 유채, 감자 등을 재배한다. 20%는 경작하지 않는 영구초지이다.

작센주의 보조금 지급을 보면 평균적으로 ha 250유로 정도이지만 이는 필지별로 다르고 필지에 따라 배 이상 차이 나게 보조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한편 이곳에서는 보조금의 부당 사용에 대해서는 엄벌을 한단다. 보조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사용조건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지 심지어는 인공위성을 통해서 감시하기도 한다.

작센주에서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럽연합의 예산을 배분받아 진행하는데 유럽연합의 총예산은 1400억 유로로 이 중 농업에 31%, 농촌지역 개발에 8%가 지원된다. 작센주는 농업보조금을 농업환경정책에 21%, 시설투자 17%, 마을가꾸기 15%, 조건불리지역 12%, LEADER 프로그램에 12%, 유기농전환에 11%를 지원한다.

1960년대까지는 식량증산이 목표이어서 식량 증산의 관점에서 보조금을 많이 지원했지만 현재는 환경보존에 더 목표를 두고 있는 농업의 다원성을 강조하며 지원해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의 하나가 농약사용은 반드시 처방전이 있어야 하며 농약구매영수증은 9년간 보관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농민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먼저 자가농을 근간으로 하는 농가적인 농업으로 곧 소농이어야 하며, 환경친화적 농업을 해야 하고 경영체로 등록되어야 한다. 기업농은 사업자로 인정하고 과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전업농, 기업농화 정책과는 완전 대조적이다.

어떻든 농업경영에 있어서도 자연순환형 농업을 강조하며 자가소비적 농업구조의 틀을 유지시켜 내고 있다. 예를 들면 자가 사육한 축산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농지를 보유한 만큼만 영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보통 1ha1마리의 젖소를 사육하도록 하고 있다.

작센주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이럼에도 왜 농업에 지원하느냐는 주민들의 의견이 상당히 있다. 하지만 주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농업의 가치와 농업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홍보하고 교육하고 있다.

작센주의 농민들은 전업농과 부업농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영세한 농가들은 조직화하여 협동조합이나 법인 등을 만들기도 한다. 현재 조합형태는 622개에 848ha의 면적에 영농을 하고 있으며 개인농가는 2,861호에 평균 20ha의 면적에 영농을 하고 있다.

작센주는 구 동독의 지역으로 농가의 규모가 서독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라 한다. 하지만 토지소유주가 자경하는 면적은 30% 정도이며 임대농이 70%를 차지하고 있어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곳의 지가는 1ha(3,000)1,50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농지를 구입하려고 할 경우 구입자금은 무이자를 원칙으로 한다.

여러 가지로 유기농을 권장하고 있는데 현재는 유기농 농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7~8% 정도가 유기농 농가이며 전체 면적의 5.3% 정도에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다. 유기농은 생산양을 조절하는데도 기여하고 환경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더 지원해주면서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센주에서의 농업, 농촌문제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현재 작센주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1) 좋은 일자리가 없다. 2) 고령화 되고 있다. 3) 의료, 교육 등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한 해결 대책으로 1) 일자리 창출을 위해 농촌 휴양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농가민박 등 요즘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보면 6차산업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어떻든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이와 함께 청년들의 도시 이탈을 막기 위해 마을단위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진행하고 있다. 공산주의 시절에는 이농에 대한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통일이 되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재를 휘두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어떻든 유럽연합에서는 리더프로그램 등 마을단위의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이를 잘 활용하여 청년들의 이탈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7년 동안 농촌개발 위해 작센주에 투입된 예산 1139만 유로인데 이 중 리더프로그램에 455만 유로가 투입되었다는 것만 봐도 청년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어떻든 현재 작센주 농업정책의 기본 목표는 1) 매력적인 농촌 사람이 살 만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며, 2) 다양한 동식물상을 갖춘 곳, 3) 경쟁력 있는 농업, 4) 건강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전에 공산주의 국가였던 지역이라 전체적으로 소득에 많은 애로가 있지만 협동조합 방식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는 구 동독지역의 대표적인 작센주의 농업정책을 보면서 우리 농업의 현실과 대비되는 모습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의 농업을 보면 자치단체의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중앙정부의 예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중앙정부가 계획하는 농정으로 편입될 뿐 지역농정은 제대돌 자리매김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주마다 독자적인 농업정책을 펼치며 모든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농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5. 작센주의 농촌들녘에서는 유채재배를 많이 하고 있다. 유채는 식용기름으로 사용되며 찌꺼기는 가축의 사료로도,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데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