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 컬럼

대선 패배의 아픔딛고 지역의 희망을 만들자

수병재 2008. 1. 4. 10:23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묻는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가 이에 답한다. “정치란 경제·군사, 그리고 백성들을 신뢰하는 것이고, 그 중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 2000년이 훨씬 넘은 시대의 이야기다. 공자가 말한 이 말은 줄곧 봉건 왕조시대에도 통용되어 제왕적 군주라 하더라도 신뢰를 잃은 군주는 그 직위를 상실하게 되었던 것이 그간 역사가 보여준 바다.

공자가 국가경영에서 신뢰를 중시한 것은 오늘에도 살아 있는 경구(警句)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결코 설 수 없다는 공자의 말은 부국강병의 기초요 개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제에 있어서 신뢰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신뢰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다.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여권의 참패다. 국민들의 심판은 준엄했다.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 덕목인 도덕성도 필요없었다. 오로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과 경제살리기만이 있었을 뿐이다.

선거결과를 지켜보며 답답함을 금할 길 없음은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표차로 나타난 국민들의 함성은 세 살 먹은 아이가 봐도 뻔할 내용인 BBK의 돌풍도 잠재웠다. 국민들은 60% 이상이 검찰의 이명박 후보와 연루된 BBK 수사를 믿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음에도 47.8%라는 경이적인 지지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선거의 와중에서 어떤 정치인은 “국민들이 노망을 했다”라고 극한 표현을 했을까? 그 심정이 저윽히 이해가 되면서도 결국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너무도 준엄했다는 점을 다시 봐야 할 뿐이다.

사실 금번 선거처럼 재미없는 선거도 없었다. 정책 대결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민주정치 발전을 기약하기 위한 거시적 안목의 정치세력화는 형성되지 않았다. 오직 무원칙한 이합집산 속에서 수 많은 정치철새들이 이곳 저곳 자리를 찾아 날아다니는 모습만이 난무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도로열린우리당’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자기반성 속에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끝내 커다란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민주세력들의 대통합으로 정권을 재창출해보기 위한 단일화와 연합정부 수립 등 다양한 노력들도 내년도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정파적 이해득실 속에서 전혀 성사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범 여권 내부를 아우를 수 있는 구심적 지도력이 부재했다. 큰 틀에서 바라보며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정치력은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의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듯 싶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BBK 특검법이 발효되어 조만간 당선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되는 초유의 사태가 나오게 될 것이다. 또한 내년의 총선을 앞두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정치세력들간의 끊임없는 갈등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겨울 추위를 보내야 할 전망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우리 지역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지역의 미래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금번 대선에서 지역은 없었다.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한 담론의 전개는 애시당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 이기든 지든 지역에 대한 전망을 제대로 가지고 갈 수 있어야 했다.

내년이면 정부수립 60년이다. 반백의 세월을 훨씬 넘긴 우리의 정치현실은 하지만 되에 후퇴하고 있는 느낌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역량이 축적되어야 할 터인데 국민들은 내 눈앞의 이익만이 최선이다. 경제를 살리더라도 어떻게 살리고 누구를 위해 살리냐가 더욱 문제다. 재벌들을 위한 경제살리기라면 비자금 조성 등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들의 공화국이라면 제 아무리 경제를 살린들 서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좋다는 말이 있다. 지구상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부유한 선진국보다도 낙후된 티벳이라고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 시기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 있을 총선의 결과가 주목된다. 지역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더욱 요구된다. 지역의 희망을 키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