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선 이런 일이

[스크랩] 관방제림의 새로운 명소...조각공원

수병재 2007. 3. 26. 13:53
 
 

조각공원전경(2005 이규현)

오랜 세월을 인고의 나날로 지켜 온 나무들을 보노라면 여러 감회가 솟는다. 어쩌면 저 나무들은 단순히 나무가 아니라 신(神)이란 생각이 들 때가 더 많다. 사실 수 백년을 살아오는 동안 나무로서야 이런저런 생명의 위기를 한 두번 겪었을텐가? 그런데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또한 역사의 격변의 현장에서 자기의 그늘 아래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많은 사람들의 원혼을 나뭇가지마다 붙잡아 매어두고 지금까지 버티어 오고 있으니 그 많은 가지처럼 바람잘 날 없던 세월들의 아픔들이 저렇듯 바람이 불 때면 울음으로 나타나는 것일 게다.
하여 나는 나무를 보면 단순히 식물의 분류에서 목본 식물의 하나로 거기에서 다시 교목이니 관목이니 하는 따위의 식물분류학적 기준보다는 저 나무는 지금 우리에게 말할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려 할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며 그가 하고 싶은 말들이 무성한 가지처럼 많기도 하고 그걸 다 들으려면 나무가 살아 온 세월만큼이나 많은 시간들이 필요로 할 거란 생각도 들게 된다.

관방제림의 아름드리 나무들(2005 이규현)

백진강과 관방제림(2005 이규현)

그러한 아름드리 나무가 몇 그루도 아니고 무려 177그루나 줄지어 자라고 있어 2004년 아름다운 전국 숲 선정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관방제림이 우리 곁에 있음은 얼마나 자랑인지 모른다.
하지만 보물은 가까이 있으면 보물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우리에겐 늘상 통상적이고 관념적인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메타세콰이어(북한에서는 이 나무를 수삼나무라고 부른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3년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아름다운 전국 숲 경연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였지만 우리야 늘 다니는 길에 서 있는 나무들이고 한번씩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생명에 치명적인 지장을 주는 원한의 나무이기도 하고 농사짓는데 거름 다 빨아먹어가면서 그늘 드리 씌어 알곡이 토실토실 영글어 가는 쌀을 생산해주는 게 아니라 풋나락만 만들어주는 미운 오리새끼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도로를 넓힌다고 난리법석을 떨며 무고한 나무만 몇십주 희생시키더니 이제는 이것도 관습헌법인 것인지 은근슬쩍 도로확장한다고 베어제끼는데 이골이 나 있다. 이제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특별하게 이의제기하는 단체도 없는데 이것이 과연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담양의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적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명소를 만들어 가고 지역의 상징을 만들어 가는데는 많은 시간들이 걸리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영산강의 시원이라는 생태적 잇점이 있고 아름다운 거리숲, 아름다운 마을 숲이 있어 전국적인 숲 경연대회에서 연거푸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여 그 명성을 날리고 있다. 거기에 하얀 겨울에도 볼 수 있는 녹색의 대숲물결은 무심한 가지만으로 아픔드러내고 있는 저 숲들과 함께 우리의 자랑이 되고 있다.
그러한 숲들이 적어도 세간에 알려지고 인정을 받기까진 최소 수십년에서 수백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제 우리에겐 이러한 숲들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야 할 절박함이 요구되고 있다.

조각공원의 작품, 용이야기(2005 이규현)

조각공원의 작품, 호랑이이야기(2005 이규현)
그러기에 어느 한켠에 뭔가를 설치하려 하더라도 여러 가지의 방향에서 다양한 고민들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관방제림의 조각공원을 설치하자고 할 때 바로 이런 점들이 고민이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나무 숲에 우리가 감히 뭔가를 설치하여 오히려 더 망가뜨리는 것은 아닐런지....... 그러한 고민 속에서 조각공원에 대한 논의들이 출발되고 적은 예산으로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을 모아내고 설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되었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우리 담양의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민중들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들이 작품 속에 반영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따라 조각공원의 기본 조경 설계의 구조도 조개방죽이라는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고 담양이라는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작은 실개천과 영산강 시원으로서의 용소의 상징성을 담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조각공원의 작품, 도깨비이야기(2005 이규현)

조각공원의 작품, 여우이야기(2005 이규현)

조각공원의 작품, 개와 닭이야기(2005 이규현)
이와 함께 작품에 대한 공모에 들어가게 되고 작품의 심사과정 또한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170여건의 응모작이 들어오게 되었고 심사후의 결정에 대해 단 한건의 이의제기도 없는 투명한 작품이 탄생되게 되었다.
조각공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몫은 관방제림과 잘 어울려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조각공원의 내용을 더욱 채워가고 그 속에서 다시 나무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백진강의 보(2005 이규현)
그러나 관방제림에 들어가는 길목에 나름대로 고민한다고 하면서 만들어 놓은 백진강을 가로 막은 보는 저윽이 고개를 흔들게 만든다. 전혀 관방제림과 어울리지 않은 엉성한 느낌의 이 보는 차라리 완전히 돌보로 하던지 아님 징검다리 형태로 그냥 만들든지 했으면 어떠했을까? 진천의 농다리처럼 현대의 문화재급 돌다리겸 돌보로 만들어졌다면 한폭의 그림으로 잘 어울릴법도 한데 현대문면의 졸속한 기술적 접근은 이렇게 안타깝게도 꼴불견을 기어이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어지럽거나 하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을때 막걸리 한잔 기울이고 관방제림을 걷노라면 모든 시름이 다 걷히고 비어진 마음속에 뿌듯한 행복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저렇게 온 몸의 잎새 다 떨구어도 우리에게 주는 넉넉함과 포근함은 이 겨울 삭막하기만 한 들녘이건만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오는 복음과도 같은 것이니...한번쯤 관방제림에 가면 나무를 안고 나무와 이야기해 보자.
출처 : 담양사람
글쓴이 : 한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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