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개업한지 불과 5년여 담양의 대표적 관광명소의 하나가 된 죽녹원 입구를 지키며 어느덧 담양의 맛집으로 소문 난 ‘향교죽녹원’은 평일 오후임에도 홀에 손님들로 가득하다. 다른 사람은 수 십년 간 노력을 해도 쉽지 않는데 불과 5년 사이에 이렇게 고객을 사로잡게 된 비결은 뭘까?
‘향교죽녹원’을 짧은 기간에 일약 유명음식점으로 만들어버린 김은하(45) 사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고객이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최고급 재료를 엄선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은 확실히 맛에서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좋은 재료에서 좋은 맛이 나는 것이지 손맛이나 양념맛 등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객들에게 무조건 친절을 꼽는다. 사실 친절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바삐 일하는 과정에서 누적되는 피로와 골치 아픈 손님들로 인한 짜증 등으로 친절함을 한순간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는 ‘향교죽녹원’ 의 전체 식구들에게 항상 고객들에게 친절할 것을 재삼 강조하며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번 찾아 온 고객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게 되고 또한 주변의 지인들에게 입소문으로 알려주고 있어 그러한 성과들이 축적되어 지금의 상황이 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김사장이 친절을 모토로 하면서 최고급 재료만을 고집한 것은 비단 ‘향교죽녹원’을 개업하면서 새롭게 각오한 것만은 아니다. 신혼 초에 담양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한 경험이 있었는가 하면 작지만 맛깔스런 음식점도 운영해봤기 때문에 그런 경험 속에서 얻게 된 노하우인 것이다.
어떻든 ‘향교죽녹원’은 담양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죽녹원의 입구에 자리하고 있기에 단순하게 음식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담양을 판매’한다는 남다른 각오로 시작하게 된 만큼 가장 담양적인 것을 구현해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도 외부화단을 오죽으로 조경하여 대나무의 고장 담양의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했다. 뿐만아니라 실내의 인테리어도 대나무 관련 사업을 해 왔던 부군 홍정록씨가 직접 디자인하고 인테리어 시공까지 했다. 당연히 인테리어 소재는 대나무다. 분죽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 삶은 다음 표백처리를 한 소재로 벽면을 디자인하고 바닥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한 독특한 대나무자리로 깔았다.
보다 더 특이한 것은 화장실 문화의 개선이다. 아마도 담양 관내 음식점 중에서 화장실에까지 별도로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여기 말고는 보기가 드물다. 화장실 바닥도 나무자리로 깔아 청결함을 더 했다. 그러다보니 화장실에 가면 나오기 싫을 정도다.
이처럼 대나무를 소재로 한 인테리어와 화장실문화의 개선 등 수익금은 다시 과감히 재투자했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이 그 정성을 느껴주게 된 것이다.
‘향교죽녹원’의 또 다른 맛은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서비스로 제공되는 삼합에 있다. 삼합은 전라도만의 고유한 향토음식으로 잔치집에서 이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무효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궁합이다. 김사장은 홍어와 잘 삶은 돼지고기, 김치를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드실 것으로 무료로 제공한다.
특히 돼지고기는 댓잎과 대통 등을 넣어 삶아 육질이 매우 부드럽고 돼지고기의 여러 잡냄새가 제거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 중의 하나인 대통밥에도 대나무숯을 첨가하여 차별성을 더하고 있다. 물론 담양산 왕대로 단 1회만 사용하며 재활용을 하지 않는다. 대나무숯의 효능은 참나무숯보다도 훨씬 기공이 많아 흡착율도 뛰어나며 공기정화기능은 물론 탈취 등 아주 많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자들이 화장하기 전 세안을 할 때 대나무숯 한토막을 물에 담근 후 그 물로 세안을 하기도 하고 미질이 좋지 않은 쌀로 밥을 지을 때 대숯을 첨가하여 밥맛을 훨씬 좋게 하는 데 사용해오고 있다.
가장 담양적인 것을 추구하는 김사장도 담양대통밥의 명성을 더욱 빛내기 위해 비용이 더 추가되더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담양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은 떡갈비 정식이다. 대통밥과 떡갈비가 함께 제공되는데 개별적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떡갈비 정식으로 주문하면 15% 정도 더 싸다. 물론 떡갈비에 사용되는 갈비는 순수 한우암소 갈비만을 사용하며 직접 다져서 나름대로 개발한 양념을 첨가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죽순육회도 맛깔스런 이 집의 대표음식 중의 하나다. 맹종죽은 출하시기에 조금 사용할 뿐 죽순맛이 가장 좋은 분죽(솜대) 죽순을 대량 구입하여 사용한다.
그런데 이처럼 나름대로 연구개발하며 가장 담양다운 음식, 가장 담양다운 맛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느 음식점에서도 손쉽게 카피해 버려 속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미 식사 전 서비스메뉴인 삼합도 일반화되고 있다. 이곳을 거쳐 간 종업원들이 다른 업소에 가서 전파한 덕택이다. 하지만 그 맛까지는 완전히 카피해 가지는 못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면서 손맛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떻든 초창기에는 주변에 음식점들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죽녹원의 성장과 더불어 음식점도 많이 늘었다. 어떻게 보면 ‘향교죽녹원’은 누구도 쉽게 개척자의 길을 걷지 않았던 때 과감한 투자로 가장 담양다운 맛과 멋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온 것들도 이러한 주변의 발전에 한몫을 한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를 다시 느끼게 된다.
성수기 때는 하루에 2,000명 가까운 고객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면서 2,500만원의 일일 매출을 기록한 적도 있다. 밤잠을 제대로 못자면서 일해야 하지만 담양의 문화관광이 이렇게 발전되고 있음을 실감하기에 피곤하지도 않다. 김사장 또한 담양의 맛과 멋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담양사랑, 고향사랑이 가득한 멋진 담양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딸 홍애리 양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으로 담양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탄력있는 대나무처럼 파워있는 스윙으로 한국여자골프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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