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선 이런 일이

유정란으로 부농의 꿈을 실천하는 추성농장

수병재 2009. 12. 10. 10:58

달뫼골 월산면! 그 이름답게 산세가 아름다운 곳이다. 월산면에는 유달리 달 월(月)이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월산리, 월평리, 월계리, 중월리 등 달에 관한 지명들이 많다. 아마도 달나라에 살던 제후들이 이곳에 내려 와 자기 지역과 비슷한 지형을 보고 이름지었지 않았을까?

어떻든 아름다운 월산면에 들어서 백양사방면으로 조금 올라가다 담양댐 간선수로가 나오면 그곳으로 우회전하여 들어가다보면 왕산마을이 있는 월평리가 나온다. 굽이굽이 마을 안길을 따라 가다보면 월산면에 이런 숨겨진 곳이 있었나 생각이 절로 드는 넓은 분지가 나타난다. 좌우로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뒤로는 산자락이 있어 멀리서는 마을만 보이는 곳인데 굉장히 넓은 분지는 무얼 하기에도 충분하다.

바로 그곳에 유정란으로 부농의 꿈을 꾸는 선진 농업경영인 이충배(48)씨의 추성농장이 있다. 2007년부터 산란계를 입식하기 시작하여 현재 6,000수 정도의 산란계를 사육하고 있는 이 농장에는 매스꺼운 닭똥 냄새 따위는 맡을 수 없다. 계분은 발효도 힘들고 농작물에 장해도 많기 때문에 주변 농가들에게 계분을 사용하고자 하면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가지 않았지만 그가 직접 고추 등 농작물을 재배하는 밑거름으로 농장에서 나온 계분을 사용하고 작황이 매우 뛰어나며 가스 장해 등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계분이 남아돌지 않는다. 그런 정도로 추성농장은 쾌적하다.

오래 전부터 담양농업경영인회 활동을 하면서 한우 사육 등을 해 온 터라 축산에 관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던 그는 친환경 시대에 걸맞게 유정란 생산을 위한 자체 사료를 개발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배합사료를 급이하더라도 유정란 생산에 큰 문제는 없지만 남과 똑 같이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신념하에 여러 가지 부산물을 활용한 사료를 개발하여 급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계사에서는 악취를 맡을 수가 없고 쾌적한 환경에서 산란계들이 건강하게 크고 있었다.

그가 개발한 사료는 거의 재활용하는 것들이다. 버섯재배를 하고 남은 버섯배지와 쌀겨, 황토, 다시마와 멸치국물을 내고 남은 멸치찌꺼기 등을 비롯하여 대숯, 죽염, 생초 등을 넣고 심지어는 선지까지 넣어 배양한 미생물을 가지고 시중의 배합사료와 절반씩 섞어서 발효를 시킨다.

발효된 사료탱크를 열어보니 미생물이 하얗게 끼어 있으면서 고소한 냄새가 나 미각을 자극시킨다.

이런 나름의 노력이 인정을 받아 지난 해에는 농산물 품질관리원의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 등에서 더 강화되고 있는 사육 가축들의 건강권 확보와 후생복지 문제 등에 대해서까지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알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침 담양군농업기술센터(소장 장풍환)에서 ‘안정화 음원 이용 양계 생산성 향상 시범사업’의 추진대상자로 선정되어 지난 4월에 시설을 완료했다.

이 시설 덕택인지 계사에 들어서면 멋진 음악이 연주된다. 양계의 스트레스 해소를 최소화시켜내고 최적의 사육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안정화 음원의 이용으로 생산성 향상 및 품질향상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천만원 정도의 사업비가 투자되었는데 보조 50% 자담 50%의 비율로 시설을 완료하였다. 그 결과 산란율도 현격하게 높아지고 양계들의 건강도 매우 좋아 폐사율이 거의 제로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그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희망을 일궈나가고 있다. 우선 곧 바로 방목을 하여 운동량을 늘리고 보다 더 건강한 산란계로 키워내고자 한다. 현재 계사와 바로 연결하여 방목장을 만들고 있다. 경제적인 여력이 어느 정도 되면 인근 부지를 더 확보하여 방목할 계획이다.

1단계 사업이 얼추 완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는 벌써 미래를 내다보며 2단계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일단 환경차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여 재활용, 자원화 하는 것으로 건조한 후 팰릿화하면 장기보관도 가능하고 사육에 좋은 사료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숲을 확보하여 방목, 생산하는 것도 이들의 꿈이다. 대숲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과 곤충 등이 함께 서식하고 있어 닭이 건강하게 크는 데 있어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예로부터 대숲에서 자라는 닭을 죽계라 하여 여름철 보양식으로 약용으로 널리 애용해 왔던 우리 지역의 양계법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한 가금류 등을 함께 사육하여 도시민들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체험학습장으로 만들어 관광농업의 기반도 만들어보고 싶다.

농업도 이제는 1차 산업이라는 단순히 생산만으로 소득을 올리려는 한계를 벗어나야 함을 그는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또한 혼자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에 담양의 산란계 생산 농가들과 함께 ‘대숲맑은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4농가가 참여하여 공동으로 ‘다란’이라는 상표로 유정란을 시판하고 있다.

현재 CJ 홈쇼핑에 공급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는 광주 동림동에 매장을 열고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만을 취급하는 생활협동조합형 유통업체인 ‘행복한 애벌레’의 해마루 사업단에 납품하고 있고 대전면에 있는 유통업체인 녹색장터에도 납품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배합제조한 사료를 급이하기 때문에 유정란의 맛도 남다르다. 한 번 구입한 소비자는 입맛에 사로잡혀 다시 구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꾸준히 매출량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러 가지 애로는 있다. 무엇보다도 축산 정책이 한우 등 대가축 위주로 되어 있다 보니 농가에 지원되는 여러 가지 지원들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낙농, 양돈, 한우 농가 등에는 60%의 보조사업으로 환풍기 등의 사업이 지원되고 있지만 양계농가에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산란계의 특성상 저온저장고도 필요한데 딸기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는 저온저장고가 지원되지만 이들에게는 그마저도 지원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계란의 보관상 한계로 인해 이틀에 한번씩 직접 출하해야만 함으로써 시간과 연료 등 물류비 발생이 많이 되고 있다.

방울토마토 등도 공동선별기 등이 지원되지만 무엇보다도 절실한 자동화시설 등이 전혀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자동세척기, 자동급이시설, 공동선별장, 저온저장고 등 필요한 시설이 너무도 많지만 현재의 정책으로는 요원하기만 하다.

어떻든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전라남도 양계협회 차원에서 전라남도와 협의하여 모든 양계 농가가 출자하는 가칭 녹색계란(주)이라는 법인을 만들고 있다. 완도의 경우 전복을 양식하는 어민들이 모여 주식회사를 만들어 성공을 했고, 장흥의 경우도 김을 생산하는 양식어민들이 법인체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이룸으로서 소득을 높이고 있는 점들이 반면교사로 작용했다.

현재 25억 출자를 목표로 출자금을 조성하고 있고 이 결과 법인체가 만들어지게 되면 유통과정에서 많은 이윤들이 창출되어 소비자는 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계란을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는 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렇듯 애로가 많긴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좋은 먹이를 먹고 맛 좋은 계란을 생산해주는 닭들을 보며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아직은 영세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보다 더 우량한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현재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지만 앞으로 과제가 유기축산 인증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침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식재한 비타민 나무의 잎을 따다가 사료로 만들어 기능성 계란을 생산하면서 유기축산 인증을 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똑 같이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기에 검증된 사육방법만을 가지고 기존의 방식으로만 사육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생각하고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추성농장에서만 가능한 자체 배합사료, 기능성 사료, 가축의 후생복지를 고려한 쾌적한 사육환경, 농장주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으로 이들은 부활의 희망을 표현하는 달걀처럼 어려운 우리 농촌의 부활을 위해 희망의 달걀을 열심히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