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찍 발달한 태풍이 더욱 강력하게 발달되어 몰려온다니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우리나라를 비껴 간다. 그래도 태풍의 영향 탓인지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하늘이 모처럼 맑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이젠 높고 맑은 쪽빛 하늘을 보는 게 드물어졌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은 모처럼 맑은 하늘을 완상하면서 뒤산에 오른다.
다양한 코스로 트래킹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좋은 병풍산 뒷자락이다.
편백숲이 넘 좋기만 하다. 어쩌면 저렇게 심한 비탈에 심었는데도 이렇게 무리지어 잘 자라주었을까 나무에게 고맙다.
사실 우리나라의 산림사업은 녹색혁명이라는 미명하에 무진장 퍼부어왔지만 이와 같이 제대로 잘 자라 관리된 곳들을 찾아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자랄 수 있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손긷들을 필요로 했겠는가. 그런저런 생각들 하며 임도를 따라 걷는데 원추리가 나를 반긴다.
원추리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향수를 만드는데 쓰이기도 한다니 우리 식물에 대해 다시금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누리장나무도 만개한 꽃이 이제는 아름답게 익어 갈 열매를 벌써부터 상상하게 만든다.
길섶에서 꿩의 다리를 만났다. 마침 길가에 풀들을 예초기로 베었는데 이 녀석은 그 틈새에서도 살아 남았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듯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너무도 아름답다.
흔히들 꿩의 다리를 삼지구엽초로 오인하고 있기도 하는데 삼지구엽초는 고산지역에서 자란다고 한다. 꿩의다리도 삼지구엽초 식으로 잎과 가지가 나오지만 결코 약용,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할 일이다.
우리 식물들에는 며느리의 한이 서린 것들이 많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 탓이었을까? 꽃며느리밥풀이 시장기를 느끼게 한다. 밥풀떼기 하나라도 떼어 먹고 싶을 정도다. 모처럼 산행을 하니 갈증도 나고 땀도 흥건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라는 뻐꾹나리를 만났다. 금성산성에서 군락을 만난 후 한재골에서는 처음 보는 것이라 더욱 반갑다. 꼭 꼴뚜기를 닮은 모습이 정말 웃음을 짓게 만든다. 저 꽃 따다가 꼴두기젓갈이라도 담가볼꺼나. ㅋㅋ
모처럼 오른 산행에 하늘이 정말 푸르고 맑아 더욱 좋다. 가까이 무등산이 바라보며 웃음짓는다.
불대산 뒷자락 하청마을의 모습도 보인다. 15대조 할아버지께서 저 산자락에 계시기에 봄가을로 문안드리러 가는 곳이다.
병풍산 투구봉이 좌측이고 그 아래 고개가 창평마운더미다. 저 멀리 아스라히 지리산 자락이 보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처럼 한재골 뒷산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들꽃과 정겨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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