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담양의 상징이다. 예로부터 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대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대는 높은 절의와 군자로서 가져야 될 풍모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오죽하면 대나무가 없는 곳에 살았던 선비들은 흉중성죽(胸中成竹)이라 하여 마음속에라도 대나무를 심어 길러야 한다고 했을까!
하여 중국 송나라 때 문호 소동파는 우잠승록균헌 이라는 시에서 대나무를 다음과 같이 극찬하였다.
식사에 고기가 없을 수는 있어도(可使食無肉) 사는 곳에 대나무는 없을 수 없네(不可居無竹)
고기 없으면 사람을 야위게 하지만(無肉令人瘦) 대나무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한다오(無竹令人俗)
사람이 야위면 살찌울 수 있으나(人瘦尙可肥) 선비가 속되면 고칠 수 없는 법(士俗不可醫)
옆 사람 이 말을 비웃으면서(傍人笑此言) 고상한 것 같으나 어리석다 말하지만(似高還似癡)
대나무 앞에 두고 고기 실컷 먹는다면(若對此君仍大嚼)
세상에 어찌 양주학(揚州鶴)이란 말 있었겠는가(世間那有揚州鶴)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양주학 이라는 말은 욕심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다. 옛날에 손님들이 서로 노닐면서 각자 자신의 소원을 말했는데, 어떤 자는 양주자사(揚州刺史)가 되기를 원하고 어떤 자는 재물이 많기를 원하고 또 어떤 자는 학(鶴)을 타고 하늘에 오르기를 원하였다. 근데 그걸 다하겠다는 사람이 있어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제 고사성어의 소개 내용을 바꿔야 할 시대가 되었다. 정부의 고위직 관료와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이 도덕성과 청렴을 기본으로 해야 함에도 각종 편법, 불법을 자행하면서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강남 출신 부동산 거부들의 내각으로 출발한 이 정권은 끝내 공직자로서의 도덕은 내팽개치고 권력과 부를 동시에 거머쥐는 뻔뻔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민행세를 하는 사람이 28만명에 달한다니 한여름 불볕 더위 아래에서 고된 노동과 농가부채에 찌들리며 농약을 먹고 자살을 꿈꾸는 농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말인가?
정부의 추곡수매가 없어지면서 농가에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지원되기 시작한 직불제가 도리어 부동산 투기꾼들의 양도소득세 면제 등을 위한 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그들의 배를 채워주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지난 2005년에 도입되어 매년 1조원 내외의 직불금이 집행되고 있다. 직불금의 수령대상은 직접 경작하는 농민이나 영농법인으로 분명하게 못박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기를 목적으로 한 부재지주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을 주장하던 그들이 논두럭 풀 한번 뜯어보지도 않고, 논에 들어 가 피 하나 뽑아보지도 않고, 손가락에 흙 한번 묻혀보지 않고도 농사를 지었다며 직불금을 타 간 것이다. 그 돈이 무려 1,800억에 이른다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더 가관인 것은 스스로를 반성해도 부족할 판에 참여정부 시절에도 직불제 불법 수령이 있었다는 등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는 점이다. 도대체 그들의 안면은 얼마나 두꺼울까? 이제 후안무치라는 단어 정도로는 뻔뻔한 그들의 얼굴을 지칭할 수 없을 것 같다. 원조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여 진짜 원조니 하는 식으로 수사어를 앞에 붙여야 먹혀들어가는 세상이고 보면 딴은 우리가 갖는 표현력의 한계를 실감할 수 밖에......
그래서 앞에 언급한 소동파의 시가 더욱 절실하게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다. 예로부터 대나무를 가까이 하려 했던 선비들은 고관대작의 지위에 올라서도 대나무처럼 맑고 곧은 품성을 지니고자 노려했었다. 고기를 먹게 되면 재산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게 재산모으기에 힘쓰다보면 자연 부패와 가까워져 군자로서의 품성을 상실하게 됨을 경계했던 것이다.
이제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울의 기온도 많이 따스해져 대나무를 심어도 잘 살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정부부처의 화단에 대나무 심기 운동을 펼쳐 고위직에 계신 분들이 늘 군자의 풍모를 흠숭하며 고기보다는 대나무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 볼 일이다.
'한재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부세 위헌판결을 보며... (0) | 2008.12.03 |
---|---|
분노하는 농심! 국민이 함께 해야 할 때 (0) | 2008.12.01 |
상대에 대한 공감(포용)과 상생의 정치를 생각하며 (0) | 2008.10.14 |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0) | 2008.09.04 |
위기의 우리 농업 어떻게 할것인가? (0) | 2008.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