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협동을 통해 농업, 농촌의 위기를 극복한다.
1) 부흐하임-고센 농업협동조합
독일은 통일 이후 구 동독지역으로 인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농업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이전에 공산주의 시절에 집단농장들이 해체되고 이에 따른 농업의 급작스러운 변화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어 대응해오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우리는 튀링겐 주에 속한 아이젠베르크의 부흐하임-고센 농업협동조합을 찾았다. 이곳은 구 동독 시절 2개의 집단농장을 병합하여 협동조합을 결성한 곳이다. 특이한 것은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조합의 운영을 위해 작물의 재배와 축산, 바이오 가스발전, 직판장개설, 농작업 대행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게다가 호텔과 식당, 각종 이벤트 등을 개최하면서 6차 산업을 통한 농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노력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2,000ha의 농지에서 카놀라유, 알팔파 등을 재배하고 있고 젖소를 500여 마리나 사육하고 있는데 자가사료를 제조하여 급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1ha당 곡물 생산량이 8,800㎏으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 토양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려 노력한 결과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으며 또한 독일 전체적으로도 그러하지만 이곳에서도 유전자조작이 없는 농산물(NON-GMO)을 재배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떻든 집단농장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이 되면서 생산량도 10배 이상 증대하고 작업능률의 향상을 이뤄냈다. 또한 직판장 등을 개설하여 돼지 등을 자체 도축, 판매함으로서 10배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어 소득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2016년 기준으로 매출총액은 46만 1천유로(약 5억원) 정도이며 회원은 70명인데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민주적인 시민의식이 함양되어 있는 곳이기에 협동조합의 운영 등에 커다란 장애는 없다. 다만 운영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부가가치가 있는 여러 사업들을 발굴해 나가 여러 개의 다리를 만들어 소득의 안정성을 찾는 것이 이들의 관건이다.
2) 메멘도르프 농업혐동조합을 찾아서
우리는 자리를 옮겨 작센주의 메멘도르프 협동조합을 찾았다. 이곳은 해발 350~450 정도의 중산간 지대인데다가 토양의 비옥도 또한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의 낮은 수준으로 여건이 열악한 곳이다.
조합원은 137명인데 직원이 114명이나 된다. 이 중에는 시간제 24명과 실습생 11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곳의 농법은 무경운 농법이 특징이다. 이는 토양을 교란시키지 않고 토양 내에 있는 동식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좋은 농법이라 한다. 이들은 다양한 동식물상의 보호를 위해 전체 면적의 2% 정도는 풀도 제거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방치해둔다. 하지만 초지의 경우에는 11km나 되는 파이프를 연결해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에서 나오는 액비를 살포해 준다. 하지만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오염위험이 있는 곳에는 질소비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우유 값이 하락하여 매달 100만 유로의 소득감소가 있어 부담이 되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해 매주 돼지 30마리, 소 2마리를 도축하여 판매한다. 직판장을 3개소에 운영하고 있으며 5대의 냉장차를 이용해서 시장에서도 판매한다.
자체식당을 운영하며 유치원, 양로원 등에 매일 400인 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바이오가스 발전을 통해 매일 1,400유로의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조합원들은 5% 이상의 배당을 받는데 134명이 664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 중 70%는 자기자본이며, 30%는 부채나 이자율이 낮아 변제가 어려운 여건은 아니다. 자산 중 70%는 자기자본이며 30%는 부채이나 이자율이 낮아 변제에 애로는 없다. 현재 130만 유를 기름으로 조성하여 은퇴조합원의 퇴직금을 확보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형태가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한 형태이다.”라며 오랫동안 협동조합을 이끌어오고 있는 맥심 스테인하트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역량과 단합된 힘, 합리적인 운영과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의 마련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이라 말한다.
우리는 거의 한 곳에 집적되어 있는 협동조합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농업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각종 농기계 및 민속자료들을 보관 전시해 놓기도 하고 말을 사육하며 승마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 게다가 직판장까지 개설해 놓아 다양한 사업의 전개를 통해 활력을 찾고자 하는 모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농업 이외의 영역까지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협동조합 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농업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궁금한 것은 동독의 공산주의 사회 속에서의 집단농장에 대한 경험과 독일의 전통인 게르만공동체와의 연계성, 통일 이후 집단농장의 해체 속에서도 공동체적 속성을 계속하여 이어가게 된 동기 등에 대한 세부적인 점검의 부족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남았다.
3) 슈베비쉬할 농민조합 – 지역의 버려질 자원을 잘 활용하여 미래를 일구다
멸종위기에 처한 재래종 돼지를 지역특산돼지로 살려내면서 농민들의 조직화를 통해 지역의 신활력을 일으킨 곳이다. 1986년에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루돌프 뷜러 회장이 맡고 있다. 30년 넘게 장기집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도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강한 사람이며 권력욕 보다 농민의 조직화를 통한 공동체의 활성화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모두 다 똑 같으면 가격도 같을 거고 차별성이 없어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멸종위기의 돼지를, 그것도 하등급인 지역의 토종돼지를 키워보자며 당초 8명을 모아 생산자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러면서 정한 원칙이 ① GMO를 하지 않는다, ② 항생제는 쓰지 않는다, ③ 비육촉진제를 쓰지 않는다, ④ 돼지 우리는 관행보다 두 배 이상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슬러리 시설을 하지 않고 깔짚을 깔아서 키운다, 돼지가 돈사 밖으로 나가 운동할 수 있도록 한다, 돼지 운송은 2시간을 넘기면 안된다, 돼지 운송은 반드시 사육농가가 한다는 것들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는 철저한 동물복지의 실현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건강한 돼지고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신뢰를 획득하면서 조합원들이 확대참여가 이뤄지게 되어 현재는 1,450명이나 된다고 한다. 2015년 통계로 보면 1억2천1백만 유로 총매출을 올렸고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양념류는 인도와 아프리카에 계약 생산재배하고 있으며 도축장, 육가공공장, 판매장, 식당 등 산하에 독립적인 업체를 형성해 놓고 있다.
또한 슈바비쉬 할리쉬라 하여 지리적 표시제 등록까지 해 놓았다. 유기농 양돈의 선두주자로 손꼽히고 있으며 도토리 등을 사료로 활용한 새로운 육질의 돼지도 생산하는 등 다양한 노력과 함께 제3세계 등에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의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모두 협동하여 운영함을 기본철학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회원은 1인 1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농민이 협동하여 지역의 특성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그 수익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 그래서 지역을 다른 산업이 아닌 농업으로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농민조합의 목표”라는 담당자의 말이 귓전에 울린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민의 행복한 삶이 목표가 되는 이들의 협동에서 우리는 뭘 배울 것인가?
훌륭한 지도자의 지도력과 더불어 조합원 내부의 소통과 화합이 성공의 열쇠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서 지난 시절 나를 포함해 7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하여 잘 운영해오다가 내부적인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해산하고야 말았던 영농법인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더불어 성공과 실패의 사례와 원인들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낼 수 있도록 피드백 시스템을 잘 갖춰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곳에 가입한 생산자조합원의 기본원칙을 보면
협동한다. 혼자는 아무런 힘이 없다.
전통문화를 보존한다. 농업이 유일하게 문화가 들어가는 산업이다.
유기농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며 살충제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를 이어 영농을 하며 사회적 프로젝트에 이바지하고 소통한다
독립적인 농민조합으로는 독일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전통돼지를 시작으로 소와 양 등으로 사육 품종이 확대되었다. 하나의 품목이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 전체가 혜택을 입은 사례이다. 현재 사무실과 함께 대규모 판매장, 소시지 가공 공장, 육가공 가공 공장 등 다양한 공장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1억2천만 유로로 우리 금액으로는 1,400억 정도나 된다. 그러기에 이곳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우리는 자랑스러운 농민이고 힘도 있고 돈도 있다.”며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업(5) (0) | 2018.01.31 |
---|---|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업(3) (0) | 2018.01.27 |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업(2) (0) | 2018.01.27 |
“농업, 우리는 살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고 (1) (0) | 2018.01.26 |
강력한 경찰국가 싱가포르를 가다 (0) | 2014.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