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농업(5)

수병재 2018. 1. 31. 08:29

. 여러 개의 다리로 서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행한다

 

1) 오스트리아 티롤의 빌더케제 치즈공방

 

이곳은 알프스 산간 지역으로 농사 짓기에는 매우 조건이 불리한 지역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문화경관으로 농촌 휴양이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활용하여 이곳에서는 치즈 마이스터인 비다워씨가 50여 농가가 3ha의 방목지에서 목초만 먹인 우유를 생산하는데 매일 1,200의 질 좋은 우유를 시중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농가로부터 구매하여 약 20여 종의 치즈를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2013년 국제치즈경연대회에서 “Grosser Stinker”라는 품목으로 냄새, , 조직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금메달을 수상하여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치즈가 되었다.

현재는 500년이 된 전통 가옥을 유지보전하여 이곳에 가공실, 홍보실, 판매장, 식당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며 산악지방이라는 자연환경을 거꾸로 잘 이용하고 이를 특화시켜 소득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2) 농가에서 도축장을 직접 운영하며 생산에서 가공, 판매까지 하고 있는 카이젠호프 농가

 

오스트리아 알프스 자락인 티롤지역에 자리한 이 농가는 안커 가문의 대를 이어 농업을 경영하고 있는 곳이다. 부부와 아들 3명이 가족농으로 경영을 하는데 농장주는 치즈 마이스터이고 아들은 육가공 마이스터이다.

100마리의 비육우를 사육하고 있는데 사료는 100% 자가사료를 사용하며 매년 5월에서 9월말까지는 고산지 초지로 방목한다. 이와 함께 돼지도 키우고 있다.

육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10~30배까지 올려 수익을 높이고 있는데 지역의 농산물도 자기 매장에서 함께 판매하고 있다.

 

 

 

시설의 투자는 농업회의소의 농업기금에서 20년 장기 상환의 대출을 받아 했는데 우리나라처럼 시설에 대한 보조금은 전혀 없다.

어떻든 현재는 16ha의 초지에 고산지 방목지는 120ha, 숲이 20ha, 밭이 2ha 를 소유하고 있는데 숲에서 나오는 목재는 난방에 활용하고 밭에서는 비육을 위한 사료용 옥수수를 생산한다. 한달에 돼지 10마리와 소 1마리 정도를 도축하여 소시지와 햄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수퍼마켓 보다 비싸지만 지역의 농산물을 믿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특히 독일의 뮌헨 등지에서 와서 단골로 사가는 사람들도 많고 매출의 70% 정도가 독일인이라고 한다.

농업생산만으로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에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2, 3의 다리를 스스로 만들어 건너가고자 하는 농민들의 노력의 현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두터운 신뢰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음 실감하면서 우리 나라의 농민과 소비자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아픈 현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3) 욕심부리지 않고 만족을 느끼며 행복한 삶에 더 방점을 두는 피르흐너호프 농가

 

이 농가 또한 티롤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부부와 아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가족농이다. 1910년에 할아버지가 농장을 사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4대째 농부로 규모 또한 소규모이다. 농지는 겨우 6ha에 착유우 6마리를 키우며 0.6ha에 밀과 보리를 0.4ha에 감자를 경작하고 있다.

하지만 소농으로서의 소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86년부터 직접 재배하여 수확한 밀로 티롤지방 전통의 빵을 생산하여 오스트리아에서 개최한 맛의 왕관인증을 5차례 이상 획득하였다.

매주 목요일에는 빵을 반죽하여 금요일에 구워서 판매하는데 600개 정도를 생산하여 거의 대부분 단골손님들이 사가고 있단다.

 

아들도 제빵 마이스터를 획득하였지만 부업으로 목공일을 겸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든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제빵관련 노하우가 있으면 대기업에서 래시피 판매를 요구하거나 체인점을 하기도 할 건데 이들은 돈을 버는 게 최고의 목적이 아니라며 욕심이 과하면 안 되고 이런 정도는 충분하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고 더 이상 무리하게 되면 문제가 되고 자신의 여가시간, 행복한 삶을 누릴 시간이 사라지게 되니 그게 더 문제라 한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산다는 게 정말 좋다는 발터 클라이들씨 가족의 모습을 보며 농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는 뭘 배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