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 멋진 소나무 숲길을 찾아 거닐다

수병재 2013. 6. 20. 06:26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기온으로 인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어 간다. 올해도 예외없이 봄날답지 않은 추위가 지속되더니 여름이 몰아 닥친다. 이젠 봄, 가을이 사라져가고 여름과 겨울로만 나눌 모양이다. 상큼한 바람결이 고운 님의 손길같은 그런 날들을 맛보는 것은 며칠 되지도 않는다. 광풍제월이라는 표현도 이젠 고사성어 안에서만 자리잡고 있을 일이런지....안타깝기만 하다. 비 온 뒤 불어오는 맑고 깨끗한 바람과 구름이 걷히고 난 후 비추이는 그윽한 달빛처럼 티없이 맑고 깨끗한 상태를 표현하는 광풍제월같은 풍광을 맛보는 것은 정녕 힘든 일일까?

불현듯 하던 일들을 제끼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때론 무척 의미있는 일이다. 마침 동네에서 형제처럼 지내는 형님들과 함께 동해안 바닷길을 달려보자고 의기투합되어 지난 6월 6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러 번 가 본 곳이지만 그래도 시원한 동해바다의 풍광은 생각만으로도 우릴 설레이게 한다. 더욱이 이번 여행은 캠핑카를 임대하여 가려다가 여러 사정상 포기하고 대신 텐트에서 비박하는 걸로 하였다. 생각해보니 텐트에서 잠을 잔 게 어언 십년이 훨씬 넘은 듯하다. 그래도 여름이니 큰 애로 있을까 생각하며 마음은 가볍다.

첫날 우리는 영덕으로 향한다. 88고속도로를 달려 대구를 지나 포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영덕방향으로 빠져나간다. 영덕대게의 명성이 시작되었다는 축산항이 일차적인 목표다. 조그마한 항구인데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지 주변 시설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 놓았다.

 

 해수욕장에는 저렇듯 현수교도 만들어 세워 놓고 산마루에는 등대와 전망대를 설치하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축산항의 모습이 하필 운무에 제대로 드러나질 않는다.

날이 이렇게 흐리더니 갑자기 비가 내린다. 답답한 가슴 툭 터지는 시원한 동해의 풍경을 보고싶은데 여정의 시작부터 궂은 날이라 걱정이다. 이 또한 나름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며 물회와 소주로 점심을 때우고 우리는 북진한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이다.

 

월송정 가는 길은 이렇게 멋진 소나무숲길이다. 적송과 해송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 숲길을 걸으면 솔잎가리들이 떨어져 고운 양탄자를 이룬 듯 푹신푹신한 발걸음을 느끼게 한다. 저 위에서 둥실둥실 달이 떠 오를 때 바라보는 풍광은 어떨까 생각하니 이곳에서 하룻밤 유숙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나그네의 발걸음은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곧바로 달려야 한다.

우리는 영덕을 지나 울진으로 왔다. 울진에서 야영할만한 곳을 찾으니 통고산 자연휴양림과 구수곡 휴양림이 나온다. 구수곡이 식수여건이나  여러 면에서 좋은 거 같다. 삼겹살을 사서 구수곡으로 들어간다. 데크위에 텐트를 설치하고 소주에 삼겹살을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본다.

 

모처럼 설치해보는 텐트는 이전하고 개념이 완전 다르다. 쉽게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며 텐트 안의 공간도 매우 넓다. 우리 옆에 설치한 가족들은 장비가 만만치 않다. 바베큐 셋트는 물론이고 해먹까지도 가지고 와서 휴식을 즐긴다. 한켠에서는 모터사이클 팀들이 야영을 한다. 이렇게 야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그만큼 세속에 찌들려 살아 온 세월들이었나보다. 그래서인지 저녁 잠자리는 야영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위해 일찍 몸을 누이게 한다.